2026년 6월 17일 (3)
금시장 외국계에 여는 KRX…골목 금은방 “다 망한다”

금시장 외국계에 여는 KRX…골목 금은방 “다 망한다”

거래소, ‘금치 프리미엄’ 해소 위한 불가피 조치
“우린 프레스, 외국계는 주조?”…역차별 논란에 ‘폭발’
KRX “협의 중” 해명에도…정은보 이사장 답변 촉구

승인 2026-04-01 06:00:07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31일 오후 한국거래소(KRX) 서울 사옥 앞에서 한국거래소가 지난 16일 단행한 금시장 규정·시행세칙 개정에 반대하는 전국 금은방 관계자들이 시위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17일 만에 세칙 고치고 한 달 만에 시행이라니요. 이건 행정이 아니라 폭거입니다. 전국 금은방 소상공인들을 다 죽이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31일 오후 한국거래소(KRX) 서울 사옥 앞. KOSPI 6000 현수막을 배경으로, 노란 어깨띠와 붉은 머리띠를 두른 금은방 사장들이 차가운 보도블록 위에 빽빽이 앉았다. 피켓과 현수막에는 ‘졸속 행정 중단’, ‘국내 금산업 보호’, ‘해외 업체만 살리는 개방 반대’ 문구가 선명하다.

거래소, 금시장 규정·시행세칙 개정

상인들이 거리로 나온 건 한국거래소가 지난 16일 단행한 금시장 규정·시행세칙 개정 때문이다.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금치(김치) 프리미엄’을 해소하겠다며, 그동안 국내 업체가 사실상 독점해온 KRX 금시장 공급망을 런던귀금속협회(LBMA) 인증 외국 제련소까지 넓히기로 한 게 발단이 됐다. 시행은 내달 18일부터다.

개정안에 따라 거래소는 LBMA가 인정하는 적격 금지금(투자·거래용 금괴, 순도 높은 골드바)을 생산하는 외국 제련소를 KRX 금시장 공급자로 새로 포함했다. 동시에 국내 업체에 요구해온 일부 매출 요건은 LBMA 인증을 받은 해외 대형사에 한해 면제해 LBMA 인증 자체를 글로벌 최소 기준으로 인정했다.

거래소는 금 수급 불균형에 따른 ‘금치 프리미엄’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내 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KRX 금시장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최대 20% 비싸게 거래됐고, 이를 완화하려면 해외 직공급을 통해 공급선을 넓히는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에 진열된 금 관련 제품들. 임성영 기자.

“우린 프레스, 외국계는 주조?”…역차별 논란에 ‘폭발’

반면 현장의 소상공인·국내 제련업계는 이번 개편이 ‘국내 산업 고사’를 부를 수 있다며 거세게 맞서고 있다. 3월16일 규정을 고친 뒤 한 달 만에 시행하는 일정은 “현장의 재고·가격 전략을 손볼 최소한의 준비 기간도 주지 않는 졸속 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제조 방식 역차별’도 핵심 쟁점이다. 국내 업체는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드는 프레스(Press) 방식 골드바만 공급하는 반면, 외국계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주조(Cast) 방식까지 허용하려 한다는 게 상인들의 문제의식이다. 이들은 이런 규제 구조가 오히려 금치 프리미엄을 키운 원인이라고 보고, 국내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외국계에만 문을 여는 ‘비대칭 개방’이라고 비판한다.

업계 일각에선 시세 괴리 자체를 국내 시장 특수성에서 나온 정당한 마진으로 보기도 한다. 이날 시위 단상에 오른 한 관계자는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와 다른 것은 수요와 세제, 유통 구조가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며 “이를 모두 투기나 왜곡으로 몰아붙여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RX “협의 중” 해명에도…정은보 이사장 답변 촉구

거래소는 역차별 주장에 대해 조폐공사의 기준을 이유로 들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조폐공사가 현재 위변조 예방을 위해 프레스 골드바만 인정하고 있어 KRX도 이를 따르고 있다”며 “업계 요구를 반영해 주조금도 품질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조폐공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거래소의 취지는 설득력이 있다”면서 “마진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반발의 적지 않은 동력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제조 방식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풀리지 않는 한, 가격 정상화를 앞세운 거래소와 생존권을 내세운 소상공인 간 충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소상공인·국내 제련업계는 정은보 이사장이 직접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거래소 앞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임성영 기자 프로필 사진
임성영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