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떠나는 이창용 총재 “통화·재정정책만으론 경제성장 어려워져”

떠나는 이창용 총재 “통화·재정정책만으론 경제성장 어려워져”

“제도개선 없이 과거처럼 환율 관리하면 더 큰 부작용”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중장기과제 계속 연구해 달라”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실력이 결정”

승인 2026-04-20 15: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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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은행을 떠나는 이창용 총재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경제 구조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컨대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 영향이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움직이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제도 개선 노력 없이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또한 통화·재정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이 총재는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경기 및 외환시장 상황이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그로 인한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는 “4년 전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말씀드렸는데, 그 마음은 지금도 같다”며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국은행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 4년, 예상 범위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은 시간”

이 총재는 “돌이켜보면 지난 4년은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부동산 금융 불안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은 데 이어,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던 중 ‘12·3 비상계엄’에 따른 경제 역성장이 발생했다고 돌아봤다. 국내 정치 불안 속에서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중동 전쟁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환율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예상치 못한 충격들로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시험대 위에 올랐고, 여러분의 헌신과 도움이 없었다면 위기를 관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기 내 주요 성과로는 △금리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을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로 낮춘 점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 △20여 편의 구조개혁 보고서 발간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직 수행 △첫 가계부채 비율 하락 전환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아직 중동 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여러분이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기에, 신임 총재님과 함께 외환·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것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는 ‘국민의 믿음으로’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한국은행 행가를 인용하며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지난 4년은 여러분의 뛰어난 실력을 확인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라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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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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