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늑대는 왜 탈출했고,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늑대는 왜 탈출했고,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승인 2026-04-15 09:27:11 수정 2026-04-15 09: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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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늑대 한 마리가 탈출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인근 초등학교는 휴교 하였고 거리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다. 그 늑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숲의 냄새를 따라가고 있을까, 아니면 낯선 도시의 빛 속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을까. 당국은 아직 그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동시에 어딘가에서는 그 늑대가 무사히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이 장면을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따라온다. 만약 AI가 완전히 일상화된 사회였다면, 이 늑대는 애초에 탈출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탈출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과, 탈출 후 반드시 포획되는 세상 중 우리는 어느 쪽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사회를 상상해 보자. 동물원의 울타리는 단순한 철망이 아니다. 센서가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감지하고, 체온과 위치 데이터가 끊임없이 추적된다. 늑대가 특정 구역을 벗어나려는 순간 경보가 울리고, 자동으로 차단 장치가 작동한다. 문이 닫히고, 경로가 봉쇄되고, 탈출은 시도조차 되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완벽해 보인다. 사람도 다치지 않고, 동물도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다. 관리자는 “놓쳤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안전하다’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그 안전함 속에서 조금 다른 질문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그 늑대는 한 번이라도 밖을 향해 달려볼 수 있었을까.  

AI가 만드는 안전은 실수를 줄인다. 오차를 줄이고, 예측을 높이며, 가능성을 차단한다. 탈출은 시스템의 실패다. 그래서 완벽한 시스템일수록 탈출이라는 사건은 사라진다. 그러나 탈출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위험이 사라진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우연도 사라진다. 예측되지 않은 움직임, 규칙을 벗어나는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밖을 향한 시도’ 자체가 사라진다. 우리는 그 상태를 안정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아주 조용한 정지 상태일지도 모른다. 탈출은 실패일까, 아니면 본능일까!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늑대는 탈출했다. 그러나 그 자유는 길지 않다. 도시 곳곳의 CCTV와 드론, 열 감지 센서와 이동 패턴 분석이 늑대의 위치를 빠르게 좁혀 간다. AI는 몇 시간 안에 가능한 이동 경로를 계산하고 가장 유력한 위치를 제시한다. 소방본부는 그 좌표를 따라 움직이고 늑대는 결국 다시 울타리 안으로 돌아온다. 이 세상에서 탈출은 가능하다.

하지만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이것 역시 안전한 사회다. 위험은 빠르게 통제되고, 불확실성은 오래 남지 않는다. 탈출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세계. 그리고 탈출은 가능하지만 결국 돌아오게 되는 세계. 전자는 완벽한 예방이고, 후자는 완벽한 대응이다. 문제는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가 하는 질문이다.

완벽한 예방의 세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예외도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대응의 세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선택과 우연, 그리고 작은 틈을 경험한다.  

탈출한 늑대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겹쳐 있다. 우리는 안전을 원하면서도 가끔은 벗어나고 싶다. 규칙을 따르면서도 어딘가에서는 다른 길을 꿈꾼다.

AI는 점점 더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틈을 조금씩 줄여갈지도 모른다. 만약 AI가 완전히 일상화된 사회였다면 그 늑대는 탈출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탈출했더라도 아주 빠르게 다시 잡혔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비슷해 보인다.

늑대는 결국 울타리 안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사라지는가이다. 탈출조차 허용되지 않는 세계에서는 시도가 사라진다. 탈출 후 곧바로 포획되는 세계에서는 시간이 사라진다. 그리고 어쩌면 그 두 세계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고민하게 될 것이다. 

늑대는 지금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 발걸음은 위험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불안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 움직임 속에 우리가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어떤 자유의 감각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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