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황성엽 금투협회장 “K자본시장, 10년 청사진 추진…지금이 골든타임”

황성엽 금투협회장 “K자본시장, 10년 청사진 추진…지금이 골든타임”

승인 2026-04-09 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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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김미현 기자.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한국 자본시장 10년 장기 발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을 국민 자산을 키우고 노후까지 뒷받침하는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황성엽 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앞으로의 우리 자본시장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자산을 늘리고 국민의 노후까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국민 플랫폼으로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장기 플랜을 준비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우리 자본시장이 레벨업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0일을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온 시간”이라고 했다. 자본시장이 국가 경제와 국민 후생에 제대로 기여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그는 “국내외 금융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으며 이는 바로 우리 증시와 외환 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의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동 정세 등 대외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 증시의 취약성이 더 두드러졌다는 인식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황 회장은 협회 조직부터 손봤다. ‘K자본시장본부’와 ‘K자본시장 추진단’을 신설했다. K자본시장본부는 연금·세제·자산관리·디지털 혁신 등 핵심 과제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추진단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K자본시장 포럼’을 통해 중장기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는다. 황 회장은 “우리 자본시장이 단기적인 처방을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장기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조만간 포럼을 공식 출범시키고, 여기서 나온 전략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황 회장은 자본시장 개편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생산적 금융’이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이 단순히 금융시장 안에서 돌지 않고, 기업 투자와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뜻한다. 그는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BDC(기업성장투자기구) 제도 도입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언급하며, 증권사가 기업 자금 공급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퇴직연금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황 회장은 “퇴직연금은 단순한 자산의 보관을 넘어 적극적인 운영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도가 원금 보전에 치우쳐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폴트 옵션’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지시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진 상품에 자동 투자되는 제도다. 현재는 적립금 대부분이 정기예금 등 안정형 상품에 몰려 있어 제도 취지가 약해졌다는 판단이다. 황 회장은 투자형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자산관리 시장 확대 방안도 내놨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늘리고, 청소년도 가입할 수 있는 ‘주니어 ISA’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ISA는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는 상품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상시 제도로 만드는 방안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과 글로벌 시장 대응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토큰증권 제도 안착을 지원하고, 가상자산 선물 ETF 도입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자금 유입 기반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황 회장은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자본시장의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하며 “최대 약 90조원 규모의 패시브 자산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패시브 자산은 지수를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투자 자금으로,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자금 흐름에 본격 편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제도 개선과 외국인 투자 편의성 확대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KOTC 논란에 선 그어…“좀비기업 구조 아냐”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KOTC 시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 주식시장으로, 상장폐지 기업이나 비상장 기업 주식이 거래되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기업이 유입되면서 ‘좀비기업 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상장폐지 기업이 KOTC로 넘어온다고 해서 모두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1월 코스닥 등에서 약 10개 종목이 KOTC로 넘어왔지만, 감사의견과 양적·질적 심사를 거쳐 실제로 올라간 기업은 2곳에 불과하다”며 “100% 진입하는 구조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기업도 6개월간 추가 모니터링과 스크리닝을 거쳐 존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또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완전히 퇴출되는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다”며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문제의 뿌리는 따로 있다고 봤다. 황 회장은 “스타트업이 창업부터 IPO까지 가는 데 평균 14년이 걸리지만 실제 자금 공급 기간은 약 9년에 그쳐 중간에 5년 정도의 ‘데스밸리(자금이 끊기는 공백 구간)’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IPO 의존도가 30% 이상인 반면 미국은 5%, 유럽은 20% 내외 수준”이라며 “이 구조에서는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에 과도하게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KOTC를 포함한 다양한 중간 회수시장과 거래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성장펀드와 BDC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BDC는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투자기구(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의미한다. 황 회장은 “모든 새로운 제도는 안착되는 데 시간과 많은 공이 필요하다”면서도 “국민성장펀드와 BDC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150조 규모 중 혁신기업에 50조원를 투자하려고 하고, 이 가운데 직접투자 15조원, 간접투자 35조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를 안착시키려는 고민이 깊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약 6000억원 규모 국민참여펀드는 정부 자금이 일부 투입되고 소득공제·세액공제 등 혜택이 많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퇴직연금 구조 문제도 다시 짚었다. 황 회장은 “퇴직연금 기금형 도입 논의는 결국 수익률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현재 퇴직연금은 DB·DC·IRP 구조로 운영되는데, DB형(확정급여형·회사 책임으로 운용되는 방식)은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2%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폴트옵션(가입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투자되는 제도) 적립금의 약 85%가 여전히 원리금 보장 상품에 집중돼 있는 것도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했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 규제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황 회장은 “현재 70% 한도 규제는 시장 상승기에 자연스럽게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까지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 투자자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비중 조정을 강제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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