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약물치료탓에 심해진 이명… “보청기 뗐다 붙였다 하면 독(毒) 됩니다”

약물치료탓에 심해진 이명… “보청기 뗐다 붙였다 하면 독(毒) 됩니다”

60대 A씨, 결핵 약물치료 후 극심한 이명·스트레스 호소
성인 5명 중 1명 겪는 국민 질환…60대 이상 장·노년층에 집중
부산 온병원, “이독성 항생제 쓸 땐 정밀 청력검사 병행해야”
보청기는 일시적 진통제 아닌 ‘뇌 훈련 도구’…3∼6개월 꾸준히 착용

승인 2026-06-15 09:45:55 수정 2026-06-15 11: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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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과장이 이명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 온종합병원 제공
이일우 과장이 이명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 온종합병원 제공

조용할 때 귓속이나 머릿속에서 ‘삐-’, ‘쏴-’ 하는 정체 모를 소리가 반복되는 이명(Tinnitus)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극심한 고통이다.

최근 결핵 치료를 받기 시작한 60대 A씨는 밤낮없이 이어지는 이명 탓에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잠을 잘 수 없어 일상생활이 무너질 지경”이라는 A씨는 답답한 마음에 보청기라도 일시적으로 써볼까 매일 고민하고있다.

A씨처럼 특정 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는 도중 이명이 새로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15일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을 만나 항생제 복용과 이명의 상관관계, 그리고 올바른 이명 대처법을 살펴봤다.

■ 성인 5명 중 1명 겪는 이명, 60대 장·노년층 ‘최다’

이명은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국민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명으로 병원을 찾는 공식 진료 환자는 매년 약 30만∼35만 명 선을 유지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의 통계를 보면 성인 5명 중 1명꼴로 이명을 경험한다. 그러나, 실제 병원 문을 두드리는 비율은 4% 내외에 머물고 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청각 세포의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에 특히 이명은 장·노년층에 집중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60대 이후 연령층에서는 4명 중 1명꼴(약 27% 이상)이 이명을 겪고 있으며, 이들 중 32%는 일상생활에 뚜렷한 불편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호르몬 변화와 스트레스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1.4배 많다.

■ ‘결핵약’이 귀를 공격한다? 이독성(耳毒性) 약물의 경고

그렇다면 60대 A씨의 이명은 왜 결핵 치료 이후 더 심해진 걸까? 결핵 치료에 쓰이는 일부 강력한 항생제(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등)는 의학계에서 대표적인 ‘이독성(耳毒性) 약물’로 분류된다. 약물 성분이 달팽이관 내부의 섬세한 청각 세포를 자극하거나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하는 탓이다.
달팽이관 세포가 손상되어 뇌로 가는 정상적인 소리 신호가 줄어들면, 우리 뇌는 안 들리는 소리를 보충하기 위해 스스로 ‘가짜 신호’를 만들어낸다. 바로 이것이 바로 주파수 높은 기계음이나 매미 소리 같은 이명으로 발현된다.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은 “결핵이나 중증 감염증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독성 항생제를 장기 복용해야 하는 환자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투여 전 고주파수 영역까지 아우르는 ‘기초 청력 검사’를 받아 기준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복용 중에도 주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시행해 환자가 인지하기 전 미세한 청력 손실 단계에서 약물을 조절하거나 이독성이 없는 대체 항생제로 전환해야 귀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약물이 체내에 축적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신장(콩팥) 기능을 함께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 보청기 꼈다 벗었다? 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최악의 악수(惡手)

이명이 심한 환자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보청기를 잠깐 꼈다가 이명이 사라지면 다시 벗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오히려 이명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명 치료에서 보청기를 활용하는 핵심 원리는 안 들리는 소리를 보완해 주어 뇌가 가짜 소리(이명)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도록 ‘뇌를 훈련(적응)시키는 것’이다.
이일우 과장은 “보청기를 꼈다 벗었다 반복하면 조용해진 순간 뇌가 다시 적막감을 인지하며 이명을 훨씬 더 크고 날카롭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보청기는 필요할 때만 쓰는 일시적인 진통제가 아니라, 최소 3∼6개월 이상 깨어 있는 동안 꾸준히 착용해 뇌를 순응시켜야 하는 체질 개선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최근 출시되는 보청기에는 잔잔한 백색소음이나 파도 소리를 내보내 이명에 신경을 끄도록 유도하는 ‘이명 차폐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청력 재활과 이명 완화에 큰 도움을 준다.

■ 겨울철에 더 심해지는 이명…“방치 말고 적극 치료해야”

이명은 계절의 영향도 받는다. 차가운 기온이 혈관을 수축시켜 귀 주변의 혈류 공급을 줄이고, 자율신경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보통 여름보다는 겨울철(12월∼1월)에 환자가 급증한다.
이명은 그 자체로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 귀나 몸속 청각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노인성 난청이 시작되는 60대 전후에는 약물 자극이나 스트레스, 계절적 요인 같은 외부 자극에 귀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은 “이명이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귀가 꽉 막힌 듯한 먹먹함, 어지럼증이 동반된다면 대수롭지 않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며, 따라서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반드시 주치의 및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긴밀한 협진을 통해 귀의 추가 손상을 막고 안전한 치료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구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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