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시공사 부도나도 현장 돈은 돈다”…교보증권이 키우는 공사대금신탁

“시공사 부도나도 현장 돈은 돈다”…교보증권이 키우는 공사대금신탁

이의석 재산신탁부 부서장 인터뷰
수탁고 2024년 1조→올 5월 말 기준 8.9조
“조선·철강 등 다른 산업으로 확장 계획”
“지식재산권(IP) 등 무형자산 신탁, 토큰증권(STO)과 연계 가능”

승인 2026-06-14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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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서 만난 이의석 재산신탁부 부서장이 공사대금채권신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보증권.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서 만난 이의석 재산신탁부 부서장이 공사대금채권신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보증권.
“신탁이 되는 순간 채권은 원도급사의 재산과 분리됩니다. 가압류가 들어오거나 회생절차가 진행되더라도 하도급사와 재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서 만난 이의석 재산신탁부 부서장은 공사대금채권신탁의 핵심을 이같이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 반복돼 온 공사대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공사대금채권신탁은 발주자가 지급한 공사대금을 신탁사가 관리해 하위 협력업체까지 안정적으로 자금이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한 금융 인프라다.

이의석 부서장은 “건설현장은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재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인 만큼 중간 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대금 지급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신탁을 활용하면 특정 업체의 신용위험과 대금 흐름을 분리해 하위 업체까지 안전하게 자금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협력업체들의 경영난도 심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108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하며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폐업 신고의 84% 이상이 전문건설업체로 나타나 하도급업체들이 건설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설업계의 체불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사대금채권신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교보증권의 공사대금채권신탁 수탁고는 2024년 1조원에서 지난해 말 6조7000억원, 올해 5월 말 기준 8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민간업체 57곳, 공공기관 9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사대금채권신탁의 효과는 실제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 부서장은 “최근 한 건설 현장에서 공사대금채권에 가압류가 들어온 사례가 있었지만 이미 채권이 신탁된 상태였기 때문에 외부 가압류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면서 “신탁이 없었다면 대금이 묶여 공사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도 대금 흐름이 멈추지 않자 현장 참여자들이 동요 없이 공사를 이어갈 수 있었고 예정된 준공 일정도 차질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서장은 공사대금채권신탁이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연쇄 부실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사가 제때 끝나지 않으면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원도급사의 부실로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발주처와 협력업체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대금채권신탁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만큼 원도급사가 안정적인 대형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하도급사나 재하청업체 가운데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공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협력업체 교체와 대금 정산, 공기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 부서장은 “건설사 입장에서도 협력업체 부실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행정업무와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 확산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공사대금채권신탁을 도입하려면 전용 전자적 대금지급 시스템과 기존 공사관리 전산망을 연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보증권은 대형 건설사 한 곳을 설득하는 데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의석 부서장은 “경영진과 법무부서는 대부분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현장 실무자들은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의 필요성보다 변화에 대한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확산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교보증권은 향후 건설업을 넘어 조선·철강 등 다른 산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매출채권과 지식재산권(IP) 등 무형자산 신탁은 물론 토큰증권(STO)과 연계한 새로운 자금 조달·정산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이 부서장은 “과거 신탁이 단순히 자산을 보관하고 운용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기업과 사업의 자금 보관·조달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공사대금채권신탁 역시 건설업에만 머물지 않고 조선·철강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을 꾸준히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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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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