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삶을 살아온 탁구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중 한국 최고령 선수로 출전한 차윤(95) 교수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탁구가 가진 평생 스포츠의 가치를 보여주는 주인공이다.
1931년생인 차 교수는 이번 대회 남자 90세 이상부에 출전했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한국 여자 참가자 최고령자인 강정자 씨와 함께 전 세계 참가 선수들을 대표해 선수 선서를 맡으며 특별한 순간도 경험했다.
그는 “이렇게 큰 대회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참가자로 대표성을 갖는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웠다”며 “각국 선수들의 수준이 정말 높아서 이번 대회는 참여하고 배우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과 만남’이었음에 만족했다.

차 교수의 탁구와의 인연은 6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 장교였던 그는 군 위탁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던 1961년 시애틀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당시 아내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하던 유학생으로, 풍문여고 학창 시절 탁구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저는 그냥 치는 정도였고, 아내는 선수 출신이라 자세부터 달랐어요. 그런데 탁구라는 게 참 재미있어서 말하지 않아도 공을 주고받다 보면 사람이 가까워지고 결국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결국 60년 넘는 동행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차 교수는 “탁구는 상대와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며 “개인 사이든 국가 사이든 결국 필요한 것은 대화라고 생각한다”고 ‘대화와 교류의 중요성’을 탁구에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의 이 같은 생각은 그가 걸어온 삶과도 맞닿아 있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군 복무 중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정학(Geopolitics)을 공부했다. 이후 해군사관학교와 국방대학 등에서 강의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외교관으로 해외 근무를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군인과 외교관·교육자로 살아온 그에게 ‘소통’은 중요한 가치였고, 이번 세계마스터즈에서도 탁구를 통해 또 다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도전 뒤에는 주변의 응원도 있었다. 탁구 명문 대광고 선수 출신인 웰컴홈교회 최경욱 목사가 꾸준히 탁구를 즐겨온 차 교수에게 세계마스터즈 참가를 권했고, 대광고 후배인 오진형 감독과 함께 약 6개월 동안 준비를 도와줬다. 탁구를 선교활동의 중요한 매개로 활용해온 최 목사는 차 교수의 가족과 먼저 인연을 맺었고, 이후 나이를 초월해 라켓을 잡는 차 교수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이번 도전을 함께 준비했다고 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평생 이어온 꾸준한 자기관리도 있었다. 차 교수는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 새벽 6시면 서울 올림픽센터를 찾아 탁구를 한다. 규칙적으로 라켓을 잡아온 시간만도 20년 가까이 됐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게 순발력인데, 탁구는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계속 움직이고 판단하게 한다”며 일상 속에서 건강을 지켜준 중요한 힘으로 다름 아닌 탁구를 꼽았다.

차 교수에게 탁구장은 운동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다. 이번 세계마스터즈 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차 교수는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탁구 하나로 모였다. 이것이 탁구가 가진 힘이다. 탁구는 계속 주고받는 운동 아닌가. 서로 마주 보고 주고받다 보면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또한 탁구를 ‘평화의 스포츠’라고 표현한다. 승부를 겨루는 경쟁 이전에 상대와 함께 공을 이어가는 과정 속에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 교수는 또 다른 도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차기 세계마스터즈 참가 의향과 관련, 그는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 102세 위엣 위 와 씨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연세에도 나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이 허락하는대로 잘 준비해보려 한다”고 조심스럽에 대답했다.
남자 90세 이상부 단식에 참가한 차 교수는 그룹예선에서 3위에 머물러 12일 콘솔레이션(하위부) 토너먼트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전인수 기자 penjer@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