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에 대해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최초 소멸시효 도래 시점에 시효를 완성해야 한다. 채권 매각·시효 연장 과정 전반에 대한 공시·관리 의무도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11일부터 7월21일까지 사전예고하고, 7월 중 개정을 완료해 9월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2월 ‘포용적 금융 대전환’ 제2차 회의에서 발표한 ‘연체자 보호와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조치다.
현행 법인세법 체계에서 일반 기업은 외상매출금, 어음·수표 등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돼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점에 손실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으면 소멸시효 완성 전에도 대손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세제혜택을 먼저 받은 뒤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하며 추심을 지속할 수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회사가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은 소멸시효가 처음 돌아오는 시점(연체 발생 후 5년 경과)에 소멸시효를 완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반복적·기계적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고 연체채권의 적극적인 정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건전성 관리를 고려해 적용 대상은 우선 은행·보험사는 채권당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사는 3000만원 이하의 개인 연체채권으로 한정했다. 계좌 수 기준으로 전체 개인 연체채권의 90% 이상이 포함되는 수준이다. 당국은 시행 성과를 보며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손인정 이후에도 소멸시효 연장이 불가피한 예외 사유도 규정했다.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 파산·회생절차 등 법에 따라 시효가 중단되는 경우(채무자회생법 제32조),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이행 중인 경우에는 시효 연장이 허용된다.

양수인이 실제로 시효완성 의무를 이행하는지 점검하고 그 결과를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책임도 부과된다. 금융당국은 7월 중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은 매각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인채무자보호법 감독규정’ 개정안 역시 7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멸시효 관리 측면에서는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을 8월 중 개정해 ‘소멸시효의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 원칙을 제도화할 방침이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내부 소멸시효 관리 기준에 따라 연장 여부를 판단하고, 시효를 완성하기로 한 경우 채무자에게 시효완성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연장을 선택한 경우에도 3년 경과 시 재심사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매각 주요 내용, 소멸시효 완성 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공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2026년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적해 온 ‘잔인한 금융’ 문제의식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21회 국무회의에서 “카드대란 때 금융기관들은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았는데 국민들의 연체채권을 아직도 추심하고 있다”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 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을 다 받은 금융사들이 혜택은 누리고 공적 부담은 안 지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