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보험사는 돈을 벌었는데 왜 배당을 못할까 [알경]

보험사는 돈을 벌었는데 왜 배당을 못할까 [알경]

승인 2026-06-16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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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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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실적 발표를 보면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소식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정작 배당을 하지 못하는 보험사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는데 왜 주주들에게 배당을 못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꼽습니다. 이름부터 어렵지만 최근 보험사 배당과 건전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도입니다. 특히 보험업계가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무엇이고 왜 보험사들이 부담을 호소하는 걸까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뭘까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말 그대로 보험사가 앞으로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입니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보험사는 일정 금액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것이 해약환급금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미래에 지급할 이 돈을 미리 적립해 두는 장치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쁜 제도가 아닙니다. 보험사가 경영난을 겪더라도 가입자가 받아야 할 환급금을 보다 안전하게 지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제도는 2023년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계약자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왜 이 제도를 부담스러워할까요. 핵심은 배당입니다. 보험사는 이익을 냈다고 해서 그 돈을 모두 주주에게 나눠줄 수 없습니다. 배당가능이익이라는 별도의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이 배당가능이익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올해 1조원을 벌었더라도 그중 상당 부분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면 실제 배당에 활용할 수 있는 돈은 크게 줄어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을 제외한 상당수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 부족으로 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험주가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도 민감하게 지켜보는 부분입니다.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이유

더 흥미로운 점은 현재 배당을 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험은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미래에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도 함께 늘어납니다. 결국 계약이 증가하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당장 영향이 없다고 판단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회사들도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특히 생명보험사는 상당수 회사가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DB증권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3년 뒤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배당의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보험업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조금 덜 쌓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보험사는 건전성 수준에 따라 산출 금액의 80~100%를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합니다.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이 높은 보험사는 80%만 적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보험사는 100%를 적립해야 합니다.

대부분 보험사는 K-ICS 비율이 170%를 넘어 80%를 적용받고 있지만 한화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여전히 100%를 적립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적립 비율을 5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업계…건전성이 발목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배당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내년부터는 보험사의 새로운 건전성 지표인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비율)’ 규제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쉽게 말해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본이 얼마나 많은지뿐 아니라, 그 자본이 얼마나 질 좋은 자본인지까지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보험사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현재 보험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조금 덜 쌓을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준비금을 덜 쌓으면 그만큼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나 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준비금을 적게 쌓는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본자본비율 규제에서는 준비금을 덜 쌓아 생긴 차액 가운데 일부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지 않고 보완자본으로 재분류됩니다. 쉽게 말해 배당할 수 있는 돈을 늘리려고 준비금을 줄였더니, 정작 금융당국이 중요하게 보는 ‘좋은 자본’은 줄어들 수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결국 해약환급금준비금 논란의 핵심은 계약자 보호와 보험사 부담 사이의 균형입니다. 보험사가 어려워지더라도 고객이 받을 돈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시행 3년 만에 예상보다 적립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배당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보험업계에서는 “계약자 보호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현실적인 수준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적립 기준을 얼마나 완화할지, 또 그 결과 보험사들의 배당 여력이 얼마나 늘어날지가 보험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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