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시장에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 공포감이 만연한 상황이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라 투자자들의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여파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상황을 반전시킬 일종의 트리거(방아쇠)로 미국의 정책 변수를 거론하고 있다.
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8분 기준 비트코인은 6만3104.8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전 대비로는 11.55%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코인마켓캡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2만6198.07달러와 비교하면 49.88% 급락한 가격이다.
현재 가격대는 올해 상반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월28일 공습 전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6만3000달러선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소식 및 미국과 대립 구도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 여파로 6만5000달러~7만달러선에서 횡보세를 나타낸 바 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기업인 스트래티지(MSTR)의 비트코인 매도 소식이 꼽힌다. 스트래티지는 미국의 비트코인 비축·운용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했다. 비트코인을 단순 투기 목적의 투자가 아닌, 핵심 재무 자산으로 취급하는 기업이다.
스트래티지의 매도 규모는 32 비트코인(BTC)으로 약 250만 달러에 달한다. 아울러 퐁 레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와 앤드루 캉 최고재무책임자(DFO)가 총 1500만 달러(약 233억 원)규모의 스트래티지 주식을 매각할 계획을 밝힌 것도 비트코인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스트래티지는 이날 공시를 통해 비트코인 1550개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스트래티지가 지난 2022년 비트코인 매집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매도로 전환한 점에서 그동안 절대 팔지 않겠다고 주장해온 전략 방향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는 높아진 상황이다.
금리 인상기 돌입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전망에 무게감이 실렸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고용보고서 가운데 비농업고용 신규 고용원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하면서 시장 컨센서스(8만5000명)을 큰 폭으로 넘겼다.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감은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틸 여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연준이 참고하는 지표로 알려졌다. 해당 지표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함에 따라 채권시장 분위기는 금리 인상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올해 연말까지 금리 인상 확률은 75.7%로 반영하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고위험, 고유동성 자산인 만큼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등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라며 “이같은 상황 속에 4월 미국 물가지표도 시장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면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됐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변수는 ‘미국 행보’…클래리티 법안 주목
향후 비트코인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주된 변수는 글로벌 가상자산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책 흐름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클래리티 법안 통과의 가시권 진입 여부다.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의 친(親) 가상자산정책에 기반한 디지털자산 3법 중 하나다. 미국 내 가상자산 규제 관할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으로 가상자산의 증권과 상품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게 골자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14일 상원 은행위원회의 조문별 심의(마크업)까지 통과하면서 입법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래리티 법안은 백악관에서 오는 7월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통과 시 미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금융사 등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지난 2023년 이후 가상자산 시장 방향성은 미국 제도화 이벤트에 의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클래리티 법안 통과 이후 가상자산시장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날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역사적인 강세장 연출에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클래리티 법안 통과 등 기존 강세 이벤트가 이번에도 현실화될 지 여부는 미심쩍은 상황”이라며 “투자자 시선이 주식시장으로 향한 가운데 이를 되돌릴 만한 흐름이 연출될 가능성을 논하기 어렵다”고 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AI 관련 주식에 집중되면서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라며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