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레오, 통풍 시트 켜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트 아래로 서늘한 바람이 올라왔다. “더우니까 비전 루프도 닫아줘”라고 말하자 머리 위로 쏟아지던 햇빛이 천천히 차단됐다.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더 뉴 그랜저’는 운전자의 말 한마디로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생성형 AI를 품었다. 지난 28일 서울 강동구와 강원 춘천시를 오가는 왕복 약 110㎞ 구간에서 직접 만나본 더 뉴 그랜저는 40년 가까이 국내 세단 시장을 대표해 온 그랜저의 진화를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그렌저는 1986년 출시 이후 40년 가까지 국내 세단 시장을 대표해온 모델이다. 이번 더 뉴 그랜저에 대한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다. 현대차에 따르면 더 뉴 그랜저는 지난 14일 사전계약 첫 날 1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현대차 페이스리프트 모델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현대차도 이번 더 뉴 그랜저의 변화를 사용자 중심 경험으로 설명했다. 이철민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상무는 이날 행사에서 “이번 그랜저에는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이는 플레오스 커넥트를 통해 이동을 넘어 클라우드와 앱, 사용자 디바이스까지 연결되는 경험 생태계를 담았다”며 “한층 업데이트된 주행 성능과 스마트 비전 루프, 기억 후진 보조, 전동식 에어벤트 등 그랜저가 중시하는 사용자 중심의 프리미엄 기준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AI 품은 그랜저, 실내부터 달라졌다

대형 화면은 실내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기존 그랜저가 중후하고 안정적인 세단의 이미지를 앞세웠다면, 더 뉴 그랜저는 디지털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차에 가까웠다. 다만 화면이 커진 만큼 호불호도 분명해 보였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지나치게 크게 표시되면서 오히려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주행 중 시선을 오래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핵심은 차세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다. 차량 안에서 “글레오”라고 부르면 음성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날씨와 교통 상황 같은 일상 정보 확인은 물론 창문, 통풍 시트, 비전 루프 등 차량 기능도 조작할 수 있었다. 주행 중에는 직접 화면을 터치하기보다 글레오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대형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손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음성 명령이 오히려 편했다.

현대차도 글레오 AI의 인식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장선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향후 인식이 잘 안 되는 상황이 발견되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 창을 자주 보게 되지는 않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슬림 정보창의 필요성은 운전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 보였다. 스티어링 휠에 일부 시야가 걸리는 점도 아쉬웠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실내 개방감을 키우는 요소였다. 일반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길이와 폭이 넓어 탑승 공간이 한층 시원하게 느껴졌다. 앞좌석은 투명하게, 뒷좌석은 불투명하게 설정하는 식의 조절도 가능했다. 센터 콘솔로 직접 조작할 수 있고, 글레오에게 말해 제어할 수도 있었다.
부드러운 주행감은 여전…낯선 기능은 적응 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능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었다.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기능을 켜고 달릴 때 일부 차량은 가감속 과정에서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이 불편하게 다가오곤 한다. 더 뉴 그랜저는 새롭게 적용된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 덕분인지 가감속 과정이 비교적 자연스러웠다. 앞뒤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탑승자가 불쾌하게 느낄 수 있는 차체 움직임을 줄인다는 설명이 실제 주행에서도 어느 정도 체감됐다.

아쉬움도 있었다. 고속 주행 시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완전히 억제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소리가 일부 구간에서 들렸다. 고급 세단이라는 기대치를 고려하면 정숙성 측면에서는 더 다듬어질 여지가 있어 보였다.
더 뉴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7월 중순 이후 고객 인도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인증 일정 때문에 양산 일정이 뒤로 간 것”이라며 “7월 초 양산을 시작하고 7월 중순 말 이후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