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글레오, 통풍 시트 켜줘”…AI 품은 더 뉴 그랜저, 국민 세단의 진화 [현장+]

“글레오, 통풍 시트 켜줘”…AI 품은 더 뉴 그랜저, 국민 세단의 진화 [현장+]

첫 탑재된 플레오스 커넥트…AI 세단으로 진화한 그랜저
17인치 대형 화면·글레오 AI, 신선했지만 적응은 필요
부드러운 승차감은 여전…고속 정숙성은 아쉬움 남아

승인 2026-05-3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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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출시한 더 뉴 그랜저. 김수지 기자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더 뉴 그랜저. 김수지 기자
“글레오, 통풍 시트 켜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트 아래로 서늘한 바람이 올라왔다. “더우니까 비전 루프도 닫아줘”라고 말하자 머리 위로 쏟아지던 햇빛이 천천히 차단됐다.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더 뉴 그랜저’는 운전자의 말 한마디로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생성형 AI를 품었다. 지난 28일 서울 강동구와 강원 춘천시를 오가는 왕복 약 110㎞ 구간에서 직접 만나본 더 뉴 그랜저는 40년 가까이 국내 세단 시장을 대표해 온 그랜저의 진화를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그렌저는 1986년 출시 이후 40년 가까지 국내 세단 시장을 대표해온 모델이다. 이번 더 뉴 그랜저에 대한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다. 현대차에 따르면 더 뉴 그랜저는 지난 14일 사전계약 첫 날 1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현대차 페이스리프트 모델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더 뉴 그랜저 가솔린 2.5 모델.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가솔린 2.5 모델. 현대자동차
시승 모델은 더 뉴 그랜저 가솔린 2.5 캘리그래피 트림이었다. 최상위 트림답게 외관부터 실내까지 고급감을 강조한 구성이 눈에 띄었다. 특히 무광 외장 컬러가 적용된 차량은 기존 그랜저의 중후한 이미지에 한층 시크한 분위기를 더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익숙한 그랜저라기보다 ‘새로운 차’라는 인상이 먼저 다가왔다. 소재와 마감, 공간 구성은 고급 세단의 무게감을 유지하면서도, 차량 곳곳에는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하려 한 흔적이 뚜렷했다.

현대차도 이번 더 뉴 그랜저의 변화를 사용자 중심 경험으로 설명했다. 이철민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상무는 이날 행사에서 “이번 그랜저에는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이는 플레오스 커넥트를 통해 이동을 넘어 클라우드와 앱, 사용자 디바이스까지 연결되는 경험 생태계를 담았다”며 “한층 업데이트된 주행 성능과 스마트 비전 루프, 기억 후진 보조, 전동식 에어벤트 등 그랜저가 중시하는 사용자 중심의 프리미엄 기준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AI 품은 그랜저, 실내부터 달라졌다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된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차량에는 17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내비게이션, 주행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김수지 기자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된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차량에는 17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내비게이션, 주행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김수지 기자
가장 큰 변화는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다. 더 뉴 그랜저에는 플레오스 커넥트가 현대차 최초로 탑재됐다. 차량 중앙에는 태블릿 PC만한 17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했다. 화면은 좌우 1:2 비율로 나뉘어 왼쪽에는 주변 차량과 보행자 움직임 등 주행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됐고,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노출됐다. 전체적인 인상은 테슬라식 대형 디스플레이 구성과 유사하게 느껴졌다.

대형 화면은 실내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기존 그랜저가 중후하고 안정적인 세단의 이미지를 앞세웠다면, 더 뉴 그랜저는 디지털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차에 가까웠다. 다만 화면이 커진 만큼 호불호도 분명해 보였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지나치게 크게 표시되면서 오히려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주행 중 시선을 오래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핵심은 차세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다. 차량 안에서 “글레오”라고 부르면 음성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날씨와 교통 상황 같은 일상 정보 확인은 물론 창문, 통풍 시트, 비전 루프 등 차량 기능도 조작할 수 있었다. 주행 중에는 직접 화면을 터치하기보다 글레오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대형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손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음성 명령이 오히려 편했다.

더 뉴 그랜저 측면부. 김수지 기자
더 뉴 그랜저 측면부. 김수지 기자
다만 완성도는 아직 더 다듬어질 여지가 있었다. 대형 언어 모델 기반이라고 해 자연스러운 대화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실제 사용감은 스마트폰의 생성형 AI 챗봇만큼 매끄럽지는 않았다. 음성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말하는 사람의 위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도 오류가 나타났다. 동승석에서 말했는데 운전석에서 말한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에 2~3개 이상의 기능을 동시에 요청하면 처리가 매끄럽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아직은 데모 버전에 가까운 인상도 남았다.

현대차도 글레오 AI의 인식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장선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향후 인식이 잘 안 되는 상황이 발견되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뉴 그랜저에 탑재된 슬림 정보창의 모습.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잡고 있다. 김수지 기자
더 뉴 그랜저에 탑재된 슬림 정보창의 모습.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잡고 있다. 김수지 기자
계기판 대신 적용된 ‘슬림 정보창’도 변화 중 하나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는 가로로 긴 박스 형태의 정보창이 들어가 있다. 이곳에서는 속도와 기어단, 연비, 재생 중인 미디어 등 주행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두고 주행 시 필요한 정보를 시선 분산 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 창을 자주 보게 되지는 않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슬림 정보창의 필요성은 운전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 보였다. 스티어링 휠에 일부 시야가 걸리는 점도 아쉬웠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실내 개방감을 키우는 요소였다. 일반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길이와 폭이 넓어 탑승 공간이 한층 시원하게 느껴졌다. 앞좌석은 투명하게, 뒷좌석은 불투명하게 설정하는 식의 조절도 가능했다. 센터 콘솔로 직접 조작할 수 있고, 글레오에게 말해 제어할 수도 있었다.

부드러운 주행감은 여전…낯선 기능은 적응 필요

더 뉴 그랜저의 스티어링 휠. 김수지 기자
더 뉴 그랜저의 스티어링 휠. 김수지 기자
주행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웠다. 가솔린 2.5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힘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폭발적인 가속감보다는 일상 주행에서 부담 없이 속도를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 요철이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도 차체는 안정적으로 반응했다. 큰 세단 특유의 묵직함과 편안함이 잘 살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능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었다.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기능을 켜고 달릴 때 일부 차량은 가감속 과정에서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이 불편하게 다가오곤 한다. 더 뉴 그랜저는 새롭게 적용된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 덕분인지 가감속 과정이 비교적 자연스러웠다. 앞뒤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탑승자가 불쾌하게 느낄 수 있는 차체 움직임을 줄인다는 설명이 실제 주행에서도 어느 정도 체감됐다.

스마트 비전 루프 옵션이 탑재된 더 뉴 그랜저. 현대자동차
스마트 비전 루프 옵션이 탑재된 더 뉴 그랜저. 현대자동차
현대차도 주행 성능 개선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황철호 책임연구원은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서스펜션 변경 등을 진행했다”며 “기존 그랜저가 패밀리카 성격으로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고속 주행에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줄이고 조금 더 무게감 있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고속 주행 시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완전히 억제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소리가 일부 구간에서 들렸다. 고급 세단이라는 기대치를 고려하면 정숙성 측면에서는 더 다듬어질 여지가 있어 보였다.

더 뉴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7월 중순 이후 고객 인도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인증 일정 때문에 양산 일정이 뒤로 간 것”이라며 “7월 초 양산을 시작하고 7월 중순 말 이후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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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자동차, 항공, 배터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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