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노사 봉합했더니 주주가 “위법” 반발…삼성 성과급 합의, 법정 가나

노사 봉합했더니 주주가 “위법” 반발…삼성 성과급 합의, 법정 가나

영업익 12% 연동·10년 제도화 잠정 합의
주주단체 “주총 없는 이익 배분” 법적 대응 예고
27일 조합원 투표 뒤 법적 대응 본격화 가능성

승인 2026-05-27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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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월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생산 차질 우려는 일단 덜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노사 테이블 밖으로 옮겨붙었다. 주주단체가 ‘영업이익 12% 성과급 연동안’을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다. 27일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총파업 리스크가 해소되지만, 성과급 합의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주주 반발은 본격화할 수 있다. 부결될 경우에는 노사 재교섭과 파업 가능성, 주주 소송 리스크가 동시에 겹치며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27일 오전 10시까지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26일 오후 5시40분 기준 투표율은 93.45%로 집계됐다. 가결 시 지난 1월부터 이어진 파업 리스크는 일단락된다. 투표자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합의안은 확정된다.

노사는 지난 20일 총파업 돌입 약 90분을 앞두고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애초 노조는 21일 0시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극적 합의로 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측은 합의 직후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1.5%를 유지하면서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신설하기로 했다. 두 항목을 합산하면 영업이익의 약 12%가 성과급 재원으로 쌓이는 구조다. 임금 인상률은 6.2%로 합의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일회성이 아닌 향후 10년간 적용하기로 해 사실상 제도화됐다. 지급률 상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1인당 평균 6억3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DX(디바이스경험·가전 등 완제품 담당) 부문은 OPI를 제외하면 600만원 수준으로, 메모리사업부와 100배 이상 격차가 난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노사 협약에 적힌 성과급 규정은 상법상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의결 절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노사 협약에 적힌 성과급 규정은 상법상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의결 절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총 없는 이익 분배는 무효”…주주의 역습

하지만 소액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번 합의가 “주주총회 결의 없는 자본 분배”라며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소액주주단체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이라며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내세운 위법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영업이익은 법인세를 먼저 공제해야 하므로 세전 산정은 부당하다. 둘째,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 제462조 제1항에 따른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우회해 자금을 유출할 수 없다. 셋째, 투자 위험을 감수한 주주에게 분배 권리가 귀속되는 만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 대응도 구체화했다. 이사회가 합의안을 가결할 경우 결의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즉각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합의안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상대로는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 소송도 예고했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형식은 인건비지만 실질은 이익처분"이라며 ”강행규정 잠탈은 무효"라고 밝혔다.

“임금인가 배당인가” 상법 대 근로기준법 충돌

법적 쟁점은 성과급을 ‘근로의 대가’로 볼지, ‘이익의 배분’으로 볼지에 달려 있다. 회사와 노조는 이를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으로 본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명칭과 관계없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포함하며, 노사 합의를 통한 보상 체계 개편은 경영권과 노동권의 정당한 행사라는 논리다.

반면 주주단체는 상법 제462조를 근거로 맞선다. 이익배당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주총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묶는 방식은 이 조항을 우회하는 ’변칙 배당‘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주운동본부 측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정부 측 기조를 위법성 근거로 내세웠다.

한국ILO협회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법원의 판단”이라며 “이번 합의를 ‘노사 간 임금 조건 결정’으로 본다면 주주단체의 문제 제기는 힘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대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배분하는 구조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법원이 해석한다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성과급 제도 설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5월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실적이 키운 갈등…‘내부 분열’ 변수도


이번 논란은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약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약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DS부문 영업이익은 약 53조7000억원으로 전사 이익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편, 찬반투표로 인한 내부 분열도 발생했다. DX부문 중심의 동행노조가 제기한 교섭 중지 가처분은 26일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특정 사업부 위주의 합의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동행노조는 앞서 DX부문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초기업노조 등과 함께 꾸린 공동교섭단에서 탈퇴했다. 초기업노조는 이를 이유로 이번 찬반투표에서 동행노조를 배제했다. 동행노조는 이 과정이 소수 노조의 평등권과 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재용 동행노조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소수 노조의 평등권과 투표권을 침해한 졸속 합의”라고 주장하며 투표 무효 확인 소송까지 예고했다.

조합원의 80% 이상이 고액 성과급 수혜 대상인 DS부문 소속인 만큼 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결될 경우 파업 재개 시한은 6월7일로, 노사 재교섭과 파업 가능성에 주주 소송 리스크까지 겹치며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일단 투표 결과를 주시하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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