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김춘호 부이사관, 장편소설로 35년 공직 작별

김춘호 부이사관, 장편소설로 35년 공직 작별

‘어떤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왔는가…장편소설 ‘요한의 하늘’ 출간
퇴직 앞둔 교육행정가의 마지막 기록…역사소설로 남긴 성찰
공직 여정과 인간 정약용 내면 교차 “공직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

승인 2026-05-25 09: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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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전라남도교육청목포도서관장 /신영삼 기자
김춘호 전라남도교육청목포도서관장 /신영삼 기자
오는 6월 말 공로연수를 앞둔 전라남도교육청목포도서관 김춘호 관장이 장편 역사소설 ‘요한의 하늘’을 펴내며 35년 공직 인생의 마지막 장을 문학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출간은 회고록이나 자전적 에세이가 아닌 장편소설을 통해 퇴임의 의미를 남긴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요한의 하늘’은 조선 후기 문명사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다. 질서가 무너지고, 신앙은 죄가 되고, 학문마저 의심받던 시대. 작품은 전남 강진의 외진 주막에서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정약용의 내면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 소설은 위대한 실학자의 업적을 찬양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신앙과 현실, 충성과 양심, 침묵과 기록 사이에서 흔들렸던 인간 정약용의 고독한 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소설의 전반부는 정조와 정약용의 만남, 천주학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박해 속에서 인간 정약용이 겪는 내면의 균열을 다룬다.

죽음의 공포앞에서 끝내 배교에 이르는 심리적 갈등까지 깊이 있게 묘사하며 영웅 서사를 걷어냈다. 후반부는 강진 유배 시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천연두와 부패한 권력에 맞서 백성을 살리고 제자를 길러내는 과정 속에서 정약용은 다시 사상가이자 스승으로 우뚝 서게 된다.

김 관장에게 정약용은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었다.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이 고향인 그는 “다산 정신은 강진 사람의 원형질 같은 것”이라며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다산을 떠올려 왔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 역시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온 질문과 공직자로서의 성찰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특히 김 관장은 이번 소설을 “후배 공직자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이자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직을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국민의 평온한 삶을 지키는 자리로 바라봤다. 그래서 작품 속 정약용 역시 완성된 위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공부하며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김춘호 관장의 ‘요한의 하늘’ 표지 /본인 제공
김춘호 관장의 ‘요한의 하늘’ 표지 /본인 제공
그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35년 공직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김 관장은 1989년 전라남도교육위원회 교육행정직 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강진교육청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전남교육청 본청 총무과·예산과·홍보실 등을 거쳐 예산과장, 총무과장, 행정국장을 역임하며 21년간 본청에서 주요 정책과 행정업무를 경험했다.

1996년 제1회 공무원 PC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계기로 본청에 발탁됐으며, 최근까지 교육학과 심리학 석사를 취득하며 행정과 공부를 병행하는 등 초지일관 학구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부이사관까지 오른 그의 공직 여정은 부단한 공부와 책읽기 등 성과의 기록이자 자기 성찰의 과정이었다.

그래서인지 김 관장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절제된 삶을 살기 위해 애써왔다”며 “여러 보직을 거쳤지만 도서관장으로 근무했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공직 생활 동안 내면은 단단해지지 못한 채 껍데기만 단단해졌다는 자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성찰 끝에서 선택한 방식이 바로 소설이다. 작품 속 인물에는 함께했던 선후배와 동료 공직자들의 모습이 녹아 있으며, 특히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 공직자들의 헌신 역시 이번 소설의 중요한 서사의 토대가 됐다.

김 관장은 앞으로 고향 강진에서 독서와 여행, 새로운 글쓰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요한의 하늘’은 한 공직자의 퇴임 기록이 아니라, 오랜 책임을 내려놓은 뒤 다시 삶을 시작하기 위한 다짐이다.

젊은 날의 방황과 오랜 공직의 시간을 지나온 한 행정가가 끝내 후배들에게 남긴 것은 성취의 언어가 아닌 성찰의 질문이었다.

“당신은 과연 어떤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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