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이번 협상은 지난해 말 시작돼 반년 가까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감당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과 영업이익 10.5%를 재원으로 한 지급 기준 명문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지만,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당초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는 21일 0시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합의안을 도출했고, 노조는 쟁의행위를 유보했다. 다만 최종 타결은 아니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합의안 효력이 확정된다. 부결되면 교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운영하기로 했다. 재원은 영업이익의 10.5%로 정했다. 지급 상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배분 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자사주로 지급한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기준을 처음으로 수치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단순 임금 인상률이 아니었다. 성과급을 회사가 매년 재량으로 정할 것인지, 영업이익 등 지표와 연동해 공식화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반도체 이익이 커질수록 직원들의 보상 기대는 높아졌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업황 변동성과 대규모 투자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가 이번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불씨가 모두 꺼진 것은 아니다. 올해 교섭은 지난해 말 시작돼 반년 가까이 이어졌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사후조정, 총파업 예고, 고용노동부 중재를 거친 뒤에야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AI 반도체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6개월간 이어진 노사 리스크는 삼성전자에 적지 않은 시간의 비용을 남겼다.
시점도 예민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과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 AI 반도체 고객사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고, 마이크론 역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화된 노사 갈등은 단순한 생산 차질 우려를 넘어 조직 안정성과 실행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 가능성까지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HBM을 포함한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카카오 노사의 쟁점도 결국 보상체계다. 사측은 세부 보상 구조 설계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시간과 일방적 의사결정 문제를 방치해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 노사는 조정 기일을 연기하며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파업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