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약 6년간 밀가루 가격과 공급 물량을 담합한 7개 제분사에 총 671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연루 업체들은 2006년 담합 제재 이후 반복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제면업체(라면, 국수 등), 제과업체 등에게 판매하는 밀가루 공급가격 및 공급 물량을 합의·실행하는 등 담합한 행위에 대해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각 업체별로 △사조동아원 1830억9700만원 △대한제분 1792억7300만원 △CJ제일제당 1317억100만원 △삼양사 947억8700만원 △대선제분 384억4800만원 △한탑 242억9100만원 △삼화제분 194억4800만원 등이다.
이들은 국내 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87.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 기간 동안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하거나, 거래처에 공급하는 밀가루 물량·공급순위 등을 합의했다.
답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6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된 데에는 공정위가 이 사건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연루된 제분사들은 2006년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한차례 제재를 받고도 이번에 재차 담합을 실행했다. 또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물가 안정 사업기간(2022년 6월~2023년 2월)에 보조금을 지급받고도 담합을 지속하는 등 책임이 무겁다고 봤다.
이번 담합의 배경이 된 제분업계 경쟁은 2018년 말 대한제분이 국내 최대 밀가루 수요처인 농심에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2019년 공급 물량의 약 30%를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물량이 줄어든 사조동아원은 할인 행사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고, 제분사 간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다.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2019년 11월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업계 상위 업체 임원들과 삼양사 관계자들은 회동을 갖고, 농심을 포함한 주요 거래처를 대상으로 과도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정위는 이를 밀가루 가격 담합의 시작으로 판단했다.

담합은 총 55차례 회합을 통해 이뤄졌다. 대표이사급 또는 영업본부장급 임원들이 큰 방향을 정하면, 영업팀장 등 실무자급 모임을 통해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상위 3개사, 4개사(상위 3개사+삼양사), 7개사 회합 등 모임의 형태도 다양했다. 직접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하위 제분사들에 대해서는 유선 연락을 통해 합의 내용을 공유·전달하거나, 하위사들이 상위사에 먼저 연락하여 합의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상·하위사 모두 담합에 가담했다.
담합 범위는 시간이 지나며 확대됐다. 2019년 말에는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상위 업체와 삼양사가 농심·팔도 등 대형 거래처를 대상으로 가격과 물량을 조정했고, 2020년부터는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 등 중소 업체들까지 참여해 중소형 수요처 및 대리점의 밀가루 제품 가격을 합의했다. 이후 2021년부터는 7개 제분사 모두가 전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분사들은 국제 원맥 가격 변동에 편승해 담합 수단으로 활용했다. 원맥 가격이 오르던 2020~2022년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하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했다. 반대로 원맥 가격이 하락한 2023년 이후에는 원가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농심 등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하 폭과 그 시기 등을 조율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제분업계에 총 471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이들 업체는 담합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고발조치를 완료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국민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시장점유율 90%에 육박하는 제분사들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약 6년에 걸쳐 은밀하게 실행한 담합을 적발한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경쟁 질서가 확립되는 한편, 가격재결정 명령 등 적극적인 시정조치가 이뤄져 왜곡된 시장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됨으로써 부당이득이 환수되고 나아가 가계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밀가루와 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의 가격 등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며 “독과점 사업자의 중대한 불공정행위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하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만이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