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의회가 5급 전문위원이 계약직 직원들에게 행한 막말 등을 갑질로 인정했음에도 피해자 분리 등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신고하며 분리조치를 요구해 가해자 재택근무 방안이 검토됐으나, 가해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시행되지 않았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구의회는 지난 8일 갑질심의위원회를 통해 전문위원 A씨가 직원 4명에게 한 언동을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피해자는 계약직 직원 등 4명으로, A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지잡대”, “전세에 산다”, “어머니가 봉제공장에서 일한다” 등의 발언을 다수가 있는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4명 중 2명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퇴사했고, 2명은 현재 재직 중이다. 하지만 재직 중인 피해자들이 요구한 분리조치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재직 중인 피해자 B씨는 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 2차 가해를 추가로 신고하며 A씨의 대기발령 등 분리조치를 요청했다. A씨는 B씨뿐 아니라 신고서에 명시된 증인 등 10여명의 직원을 찾아가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밀 유지가 원칙인 신고 내용을 직원들이 있는 공간에서 언급하는 등 구두와 메신저를 통해 유출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2차 가해 신고가 이뤄졌다.
용산구의회 의정팀은 쿠키뉴스에 “초기에는 경고와 함께 A씨 재택근무 조치가 검토됐다”면서도 “가해자가 ‘조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해당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 가해자는 서로 다른 층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용산구의회는 A씨가 재택근무를 거부하자 대신 B씨에게 재택근무를 권하기도 했다.
B씨는 A씨가 바로 위층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태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B씨는 “출퇴근 기록기가 한 곳에 있어 자주 마주쳤다”며 “복도가 하나라 피해갈 수도 없고, 애써 휴대전화를 보는 척하며 벽 쪽으로 붙어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마주쳤고, 식당에 가는 것도 불편해 거의 사무실 안에서 밥을 먹고 있다”며 “그동안 고함치던 사람을 마주하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어 3개월간 심리상담을 받았다”고 전했다.
용산구의회는 “가해자의 편을 들 의도는 없었고, 갑질심의위원회의 결론이 지난 8일 나와 그 이전에는 적극적인 조치가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위 결론 이전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 조치는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성진 노무사(파인컨설팅)는 “분리조치는 기본적인 의무이며 피해자 의견을 들어 시행하게 돼 있다”며 “징계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에게 보직을 맡길 수는 없는 만큼, 심의위 결론 이전에도 대기명령에 준하는 직위해제 조치는 충분히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김낙의 변호사(청래)도 “층이 다르더라도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큰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계속 안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분리조치를 명시한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심의위 결론이 난 지금이라도 신속한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교육부·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가 마련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격리를 요청할 경우 피해자 의사를 확인해 분리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산구의회 조례에도 피해자 보호조치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공무원에게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근로기준법 역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용산구의회에서 갑질로 결론 난 이번 사건은 서울시의회에 징계 심의 안건으로 올라가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A씨는 “심의위원회의 갑질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불복 의사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