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127조 예탁금 시대…증권사 예탁금 이용료는 제자리걸음

127조 예탁금 시대…증권사 예탁금 이용료는 제자리걸음

이용료율 0.15~1.05% 구간 포진…금액 클수록 이용료율은↓
당국 산정 체계 손질에도…‘금액별 차등’ 우회로 여전

승인 2026-04-30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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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증권사별예탁금 이용료율.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예탁금 이용료 83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직장인 A씨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떴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 계좌에 잠시 넣어둔 돈에서 나온 작은 이자지만, 증시 대기 자금이 127조원을 넘어선 지금 이 숫자가 갖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예탁금이 1년 새 80% 넘게 불어나며 증권사 실적의 버팀목이 되는 가운데, 이 자금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8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27조4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말(6월 30일) 68조9724억원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여 만에 84.7%나 늘어난 규모다. 단기간에 60조원 가까이 불어난 예탁금이 ‘증시 대기 자금’으로 쌓이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증시 호조에 따른 거래대금 확대까지 겹치며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맡긴 예탁금은 법에 따라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다. 투자자 자금을 분리·관리해 예금자 보호와 유사한 수준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렇게 모인 자금을 국공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의 일부를 다시 각 증권사에 배분한다. 증권사는 이 가운데 전산망 유지비, 인건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예탁금 이용료’라는 이름으로 고객에게 지급한다.

이용료율 0.15~1.05% 구간…금액 클수록 이용료율은↓

각사 홈페이지와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집계한 결과, 예탁금 이용료율은 0.15~1.05% 구간에서 대체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특이하게도 계좌에 돈을 더 많이 넣어둘수록 이용료율이 낮은 구조다.

게다가 일부 증권사는 구간별 이용료율을 조정해 일정 금액을 넘는 구간의 금리를 오히려 낮추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3개월 예탁금 평균잔고 100만원 이하 구간에 연 2%, 100만원 초과분에 연 0.75%를 적용하다가, 올해 1월1일부터 100만원 초과 구간 이용료율을 연 0.6%로 낮췄다. NH투자증권도 100만원 이하 예탁금에 적용하던 이용료율을 연 1.0%에서 0.8%로, 100만원 초과분은 연 0.6%에서 0.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50만원 미만 구간 이용료율을 올 1분기 연 0.10%에서 지난 27일부터 연 2.0%로 크게 올렸다. 하지만 50만원 이상 구간은 연 1.05%에서 0.75%로 낮췄다. 겉으로는 소액 구간의 금리를 파격적으로 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자금이 집중되는 고액 구간일수록 적용 금리는 오히려 낮아지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산정 체계 손질에도…‘금액별 차등’ 우회로 여전

금융당국이 예탁금 이용료 산정 체계를 손보며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했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료율을 설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2023년 11월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2024년 1월부터 예탁금 이용료율 비교 공시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는 개인과 기관 간에 합리적인 사유 없이 서로 다른 이용료율을 적용하는 관행을 막고, 예탁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비용을 예탁금 운용 비용에 끼워 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제도 도입 후 2년이 지난 지금도 증권사들은 ‘금액 구간별 차등 요율’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고객의 목돈을 저비용으로 조달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증권사들이 정작 자금의 원천인 투자자에게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모르겠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예탁금 운용으로 버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면서 “특히 이용료율은 시장금리 영향을 받는데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해 예탁금 증가분을 상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탁금 잔액이 1년 새 80% 넘게 늘고, 예탁금 운용 수익률과 이용료율 사이 격차가 여전히 2%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몫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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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경제부 임성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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