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시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 동의 필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시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 동의 필요”

승인 2026-04-16 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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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 현장. 이창희 기자

정부가 모회사의 자회사 중복상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제 강화에 나선다. 다만 중복상장이 기업의 새로운 도약과 자금조달 수단 역할을 수행하는 점에서 예외적 허용도 병행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중복상장 과정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요소를 고려해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결의 요건을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6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투자자와 기업, 증권사, 밴처캐피탈, 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정책방향 및 세부제도 설계와 관련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의 오랜 과제이자 도약의 걸림돌이었던 중복상장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가 마련됐다. 지배주주는 상속 등 문제로 모회사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도 있기 때문에 주가 디스카운트에 대한 부담 없이 중복상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라며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은 자회사 성장의 성과를 공정하게 향유하지 못했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중복상장에 대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도입해서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를 정립해 나가겠다. 또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장인지,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상장인지에 대해 엄격히 심사할 것”이라며 “심사 강화에 더해 제도적으로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충실의무를 다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8일 신뢰, 주주보호, 혁신, 시장접근성 제고 등 4대 정책방향 중심의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중복상장에 따른 모회사 일반주주의 피해 방지를 위해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시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일부 예외 상황에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현행 거래소 상장규정은 분할 후 중복상장(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으로 규율하고 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이날 ‘중복상장 제도개선 추진방안 주요내용’ 발표에서 “제도 개선의 핵심은 상장 심사에 있어서 중복상장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다”라며 “향후 지배 종속 관계의 경제적 단일체에 해당되는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충실 의무를 부여할 방침이다. 또한 원칙적으로 중복상장을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상장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복상장의 심사 대상은 경제적 동일체로 인식되는 종속회사와 동일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서 수직적 지배 관계에 있는 회사 등을 별도 상장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같은 심사 대상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지주회사 전환 목적의 인적분할 후 분할회사 재상장, 신설 또는 인수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사례가 꼽힌다. 거래소는 해당 유형의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 기준으로 영업의 독립성, 경영의 독립성, 투자자 보호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해 종합 심사할 계획이다.

임 상무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투자자 보호의 기준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상장 배경,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불가피성 등 상장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면서 “기업 설명회나 주주 간담회 등 투명한 주주 소통 및 주주 보호 노력의 이행과 함께 모회사 일반주주 등의 동의 여부 등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16일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추진방안 주요내용’ 주제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이창희 기자

중복상장의 규제 시사점에 대해 주제 발표에 나선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신규 중복상장을 금지하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예외적 허용에 있어 일반주주의 과반 동의를 통한 결의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자회사 상장 필요성과 주주 보호 수준에 대해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일반주주의 과반 의결 시 허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해 의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중복상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 이사들이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해 어떤 이유로 중복상장이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관점에서 가장 좋은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는지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며 “특히 반드시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의 동의를 득하도록 해야 한다. 중복상장으로 상장한 자회사는 모회사와 일반주주간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기업 거버넌스 차원에서 모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을 확고하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중복상장 규제 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기업 입장에서 이중 규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지난해 개정 상법 영향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사는 이미 경영 의사 결정 시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할 유인이 있고, 위반 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며 “여기에 중복상장 금지라는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이사에게 경영상의 최선책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무겁게 지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 경영의 본질인 경영 판단의 원칙과 시장 효율성을 저해하는 과잉 규제”라면서 “결과적으로 소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사가 신사업 확대, 인수합병(M&A) 등에 소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유인을 갖게 된다. 기업의 수동적 경영은 가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가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와 거래소는 이날 세미나를 포함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이달 중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 예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올해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중복상장 관련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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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창희 기자입니다. 자본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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