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중소 K-뷰티 먼저 덮친 중동發 공급망 쇼크…“용기 부족, 납기도 흔들려”

중소 K-뷰티 먼저 덮친 중동發 공급망 쇼크…“용기 부족, 납기도 흔들려”

원부자재 수급 불안·물류 지연에 이중고

승인 2026-04-14 15: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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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심하연 기자

잘 나가던 K-뷰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원료·포장재 수급 불안과 단가 상승, 물류 지연까지 겹쳐 그 충격이 중소 화장품 기업부터 나타나는 흐름이다.

이 같은 이상 신호는 K-뷰티 산업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이어가는 흐름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외형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공급망 대응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취약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K-뷰티 수출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K-뷰티 수출 중소기업은 1만158곳으로, 수출 국가 수(211개국)와 수출액(83억2000만달러) 모두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 규모는 2022년 44억7000만달러에서 2023년 53억2000만달러, 2024년 68억5000만달러로 증가하는 등 연평균 23%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도 2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약 14억달러로 전년 동기 실적을 이미 넘어서는 등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소 뷰티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6.2%에서 지난해 72.8%까지 확대되며 산업 구조 자체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다. 신규 진입 기업 수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화장품은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중소 수출기업이 유입된 품목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 구조가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형 확대와 달리 원자재 확보나 재고 운영, 공급선 다변화 측면에서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기업이 많아 외부 변수의 충격이 직접적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원료와 용기 등 핵심 부자재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제품 출시 일정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장모(42·여)씨는 “최근 신제품 런칭을 앞두고 용기와 포장재 발주를 시작했는데,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대응 여력이 크지 않은데 일정 자체가 밀릴 가능성도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 상승도 문제지만, 납기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더 리스크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원료·용기 제조 단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제조기업들은 원부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 차질을 빚고 있고, 이 같은 공급 지연은 ODM과 브랜드사로 이어지며 구조적 압박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용기·포장재는 대체가 쉽지 않아 생산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해상 운임 상승과 운송 지연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원부자재 수입뿐 아니라 완제품 수출 과정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대형 ODM사를 중심으로는 아직까지 대응 여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협력사에서 2~3개월 수준의 원부자재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까지 체감되는 영향이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여러 협력사를 통해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해온 만큼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면서도 “수급 불안 문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체력 차이’가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ODM은 다수 협력사와 글로벌 조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단기 변동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 브랜드나 소규모 제조사는 단일 공급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가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고, 납기 지연까지 겹치면서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의 납품단가 반영 여부를 점검하고, 물류비 부담 완화와 수출 다변화 지원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포장재 수급 차질에 대응해 대체 포장재 사용 시 표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제도적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최근 관광 수요가 수도권을 넘어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기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공급망 안정과 현장 애로 해소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ODM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소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크고 작은 ODM 기업들의 수주 물량도 함께 늘어난 상황”이라며 “현재는 복수 공급선 확보와 재고 운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납기 지연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실제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생산 시기 조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먼저 나타날 수밖에 없어 업계 전반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K-뷰티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공급망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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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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