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우화가 있다. 거위는 매일 황금알을 낳는다. 하지만 한 번에 더 많은 황금알을 얻기 위해 거위 배를 가르면 더 이상 황금알은 없다. 남는 건 죽은 거위와 후회뿐이다.
2020년대 초반 한국의 생활형 숙박시설 시장은 정확히 그 우화를 현실로 구현했다. 취사가 가능한 장기 체류형 숙박시설로 2012년 도입된 이 업종은 부동산 규제의 그물을 빠져나가려는 시장의 욕망과 행정의 방관이 결합되면서 순식간에 18만 실 규모의 시한폭탄이 됐다. 시행사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아파트 위 아파트’로 팔았고, 수분양자는 그 말을 믿었다. 지방자치단체는 허가를 내주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21년 부산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은 1221실 모집에 43만 명이 몰려 평균 3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광풍 속에서 어느 누구도 “이 건물은 법적으로 숙박시설입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하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불법 주거 전용을 엄단하겠다고 나섰을 때 수분양자들의 손에 남은 것은 공시가격의 10%를 매년 물어야 하는 이행강제금 폭탄뿐이었다.
최근 대법원은 ‘분양사가 실거주 가능이라고 홍보했더라도 계약금 반환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법의 문은 이미 닫혔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무엇인가. 주거용(오피스텔)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 길은 막혀 있다. 주차장 설치 기준, 학교 용지 부담금, 도시 계획의 형평성과 훼손 문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경기도 오산시의 경우 전환을 돕는 조례를 시의회가 통과시켰지만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했고, 인천 송도와 부산 해운대에서는 기존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터져 나왔다. ‘기반 시설은 누리면서 의무는 피한다’는 것이 반대 핵심 논거다. 이 비판은 정당하다.
이 난제의 해법은 엉뚱한 곳을 뚫으려 애쓰기보다는 막힌 벽 앞에서 뒤를 돌아보는 데 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원래 외국인 관광객과 장기 체류자를 위한 시설이었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한국 관광산업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유형의 숙박 인프라다. 연간 2000만 명을 목표로 둔 인바운드 관광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기존 호텔만으로는 역부족이고,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장기 체류형 레지던스는 글로벌 수요가 탄탄하다.
문제는 이 18만 실이 지금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잠자는 자산을 깨우려면 정부는 규칙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관광공사(KTO)는 데이터로 판을 깔아야 한다.
먼저 정부는 현금을 쓰지 않으면서 위탁 운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이행강제금 부과를 한시 유예하는 ‘조건부 규제 유예(Regulatory Forbearance)’를 통해 민간을 움직일 수 있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관광진흥개발 기금을 저리 융자로 연결해 초기 전환 비용을 댄다. KTO는 보증인이 아니라 심사·매칭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한정한다. 이어 파편화된 구분소유권을 ‘관광 리츠(Tourism REIT)’에 현물 출자하게 해 수분양자는 리츠 수익 증권을 받고, 정부는 세제 혜택만 부여한다. 재원은 자본시장에서 조달된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어떤 단지가 관광 특화가 가능한 입지인지를 가려내는 엄밀한 데이터 심사가 갖춰져야 한다. 역세권이라는 포장만으로는 민간 투자자를 설득할 수 없다. 교통, 언어 접근성, 주변 관광 인프라를 포함한 구조적 장벽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실증 보고서가 기금 융자 리츠 투자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한다. 이것이 KTO가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현대 광고의 거장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말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당신의 아내다.” 18만 실의 수분양자들도, 이 나라의 납세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그들 모두를 설득하려면 특혜, 면죄부가 아닌 국가 관광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냉정하고 투명한 공익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 생활형 숙박시설 논란은 부동산 정책의 풍선 효과를 미리 설계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그 실패를 수습하는 방식마저 또 다른 풍선을 만들어선 안 된다.
누구도 ‘내가 하지 않았다’며 피해가고 싶겠지만, 생활형 숙박시설을 본래 목적대로 사용하며 최소한의 피해로 합리적 대안을 이끌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다. 2027년 이행강제금 유예 종료까지 기회가 있다. 단 의사 결정권자 라인에서 이 기회를 국민들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재환 박사 약력]
현 고양시 문화재단 선임직이사
현 강남구 관광진흥자문위원회 위원
현 한국뷰티문화관광협회 고문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전 경기도청 도지사 경제특별보좌관
전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
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전 사단법인 한국창업진흥협회 초대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