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대표는 12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고, 지난 9일엔 전북 사찰을 비공개로 방문하는 등 잇단 호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원의 약 30%가 몰려있어 전당대회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에서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고 더 낮은 자세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하겠다”며 “부족한 것은 채우고 가다듬을 것은 더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지방선거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해당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것’이라며 당내에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수습에 나섰다. 그는 “중동 전쟁으로 국제 환경이 어지럽고 복잡하다. 이럴 때일수록 이재명 정부를 믿고 국력을 한군데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정청이 원팀·원보이스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 대표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분출됐다. 비당권파인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승리하지 못했다”며 “저와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모두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며 “저는 다음 지도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우리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사실상 정 대표의 연임 포기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의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의 측근인 강득구 최고위원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정 대표의 발언을 겨냥한 듯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며 “선거 이후 당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듣고 끝까지 책임지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친청(친정청래)계는 곧바로 방어에 나섰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선거가 끝나면 부족했던 점은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하지만 평가가 분열의 언어가 돼서는 안 된다”며 “선거 결과를 이유로 당을 흔들고 당원들의 선택보다 앞서 당의 방향을 정하려는 듯한 말과 행동은 민주당스럽지 않다”고 맞받았다.

당내 갈등은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인 ‘권리당원 1인1표제’를 둘러싸고도 확산했다.
김남희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투표에서 50대의 의사는 인구 비율의 두 배가 반영이 되지만, 20대의 의사는 절반도 반영되지 못하다”며 “영남보다 호남의 당원이 인구 대비 훨씬 많아서 지역별 편차도 크고, 주요 의사결정과정의 참여자도 성별, 연령이 상당히 편중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희 의원도 지난 9일 ‘이재명 정부 2년 차, 더 과감한 개혁이다‘ 포럼에서 "국민들의 일반적인 민심과 괴리 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1인1표제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현희·김남희 의원이 관련 기사 제목을 인용하며 “1인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남희 의원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당 대표라면 당 의원들 이름을 공개적으로 저격하기 전에 적어도 소통하셔야 하지 않나”라며 공개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전현희 의원 역시 “당 대표의 공개적 좌표 찍기 대상이 돼 밤새 욕설과 문자 폭탄을 받았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1인1표제 훼손죄’를 만들어 자당 의원들을 실명으로 공개 저격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지방선거 후에 당원 1인1표제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며 “당원들이 이뤄낸 1인1표제도를 흔들고 부정하는 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정 대표를 엄호했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