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5일 (1)
15년 만에 꺼낸 日 ‘원전 재건축’…K-중공업 밸류체인 진짜 수혜 입을까

15년 만에 꺼낸 日 ‘원전 재건축’…K-중공업 밸류체인 진짜 수혜 입을까

승인 2026-06-09 17:17:37 수정 2026-06-10 16:43:30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일본 미하마원전 제3호기. 연합뉴스
일본 미하마원전 제3호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5년 만에 오래된 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원전 핵심 부품을 한 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중공업 기업들이 ‘원전 파운드리’로서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5일 원자력 정책 회의를 열고, 수명이 다해 폐로를 결정한 원전을 새 원전으로 바꾸는 ‘리플레이스(재건축)’ 목표안을 제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일본은 2040년대까지 2~5기, 2050년대까지 11~14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 대체 건설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내놓은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최근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원전 회귀’ 정책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 원전 중공업계에 실질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원전 생태계는 과거 후쿠시마 사태 이후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 등 주요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며 오랜 공백기를 겪었고, 이 때문에 원전 관련 대형 부품을 찍어낼 자국 내 생산 능력이 크게 줄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 등의 한국 기업은 원전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원전용 특수 철강 제조 능력을 꾸준히 키워 일본의 빈자리를 채워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과거 원전 사고 이후로 공급망이 많이 무너졌지만, 한국은 주단조(금속을 녹이고 두드려 모양을 만드는 것)부터 제작, 시험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일관생산체제’를 잘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만의 확실한 제조 기술력과 납기 준수 능력이 있어 일본이 원전 사업을 다시 일으킬 때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에 원전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된 특수 철강 산업의 구조를 보면 한국의 강점이 더 잘 드러난다. 미국 NSI(Nuclear Scaling Initiative)의 최근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의 초대형 단조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제한되어 있어 제조 공정의 병목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지적했다. 글로벌 원전 건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슈퍼사이클’이 오면 관련 기술력을 갖춘 JSW(일본제강소) 등의 전통 강자들도 물량을 다 감당하지 못하고 과부하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관련 기술력을 갖춘 두산을 병목을 해소할 핵심 파트너로 지목했다.

또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15년 가까이 이어진 신규 건설 공백기로 원전 특수 부품을 정밀하게 다룰 숙련 인력이 심각하게 이탈한 상태다. 일본 원자력산업협회(JAIF) 등 현지 기관들에서는 숙련공의 고령화와 중소 공급망의 기술 단절을 가장 큰 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원전 원스톱 제조 시스템’을 갖추고 기술적 신뢰도가 검증된 한국 기업이 부족한 물량을 받아낼 핵심적인 ‘제3의 공급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이번 일본의 정책 전환을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한 원자력 분야 전문가는 "이번 변화는 미국, 한국, 일본 3국의 원전 가치사슬이 새롭게 합쳐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뛰어난 원전 설계 및 인허가 역량, 한국의 독보적인 제조 및 시공 역량, 일본의 정밀 부품 기술이 뭉친다면 한국 기업이 ‘글로벌 원전 제조 허브’로 우뚝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인 수출 호황으로 이어지기 위해 당장 넘어야 할 현실적인 벽도 만만치 않다. 문주현 단국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자신들만의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인증 체계를 가지고 있어 우리 부품이 이를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원전 업계 특유의 폐쇄적인 계열 관계를 뚫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력을 넘어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맺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한미일 원자력 협력 프레임워크 공식화 등 외교적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건물이나 주변 시설을 지을 때 대량으로 들어가는 ‘범용 철강’의 경우는 기대감이 낮다. 철강 시장 전반은 이미 일본 내부에서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해 한국 철강사들이 파고들 여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제철은 인수한 미국 US 스틸 제철소에 향후 3년간 기존 계획의 2배 이상인 최대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철강 밸류체인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일본 내 원전을 새로 짓더라도 일반 강재는 대부분 일본 철강사들이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제철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원전 산업의 증대라면 당연히 철강 공급으로 이어졌겠지만, 일본 수출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철강 산업 자체가 워낙 거대해 자기들 안에서 만드는 물량만으로도 시장이 충분히 유지된다”며 “한국 중공업 회사가 시공이나 설계 부문으로 참여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우리 철강사들의 소재 공급이나 수출 계약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냉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프로필 사진
이수민 기자
지나치기 쉬운 틈새를 포착해, 넘치지 않는 문장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