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상승은 여기까지인가?”…삼전·하이닉스 급락, 조정일까 피크아웃일까

“상승은 여기까지인가?”…삼전·하이닉스 급락, 조정일까 피크아웃일까

삼성전자 10%·SK하이닉스 7% 대 급락
“AI 수요 꺾인 것 아냐”…증권가, 단기 조정론 무게
“조정은 기회” vs “V자 반등 장담 못해”

승인 2026-06-09 06:05:03 수정 2026-06-09 09: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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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18%(3만3500원) 급락한 29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임성영 기자
8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18%(3만3500원) 급락한 29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임성영 기자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가 국내 증시에도 전이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코스피도 큰 폭으로 밀렸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피크아웃(Peak-out)’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업황 둔화의 시작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던 주가가 차익 실현 과정에서 흔들린 측면이 크며,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18%(3만3500원) 급락한 29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 대비 7.68%(15만9000원) 떨어진 191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8% 넘게 급락하며 7484.41에 마감했다.

국내 증시를 흔든 반도체 조정은 미국 시장에서 먼저 감지됐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실적 발표 과정에서 향후 AI 반도체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여기에 고용지표 결과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엔비디아향 SOCAMM2 LPDDR5X 모듈 탑재량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AI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됐다. 결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5일(현지시간) 10.3% 폭락했다. 현재 엔비디아향 SOCAMM2 LPDDR5X 모듈 탑재량은 192GB에서 96GB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8일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 대비 7.68%(15만9000원) 떨어진 19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임성영 기자
8일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 대비 7.68%(15만9000원) 떨어진 19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임성영 기자
“AI 수요 꺾인 것 아냐”…증권가는 조정론

이에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업황 피크아웃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 시선은 다소 다르다. 최근 이익 모멘텀과 AI 투자 흐름을 고려하면 아직 반도체 업황이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그동안 주가가 빠르게 급등했던 만큼, 단기 차익 실현 압력에 흔들리는 과정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번 급락 직전인 지난 3일까지 연초 대비 9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10.3%)과 나스닥 상승률(15.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작은 변수에도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AI메모리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OCAMM2향 D램 출하량(용량 기준)은 줄어들겠지만 칩과 모듈 수량 자체는 유지될 전망”이라며 “SOCAMM2 탑재량 축소는 확대된 제품 라인업 내 재배분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하이퍼스케일러의 수주잔고가 급증하고 있고 메모리 공급사에 유리한 장기공급계약(LTA)이 체결되고 있는 건 변함이 없다”면서 “주가는 과격하게 조정됐지만 메모리 업황을 대변하는 현물 가격은 평온했다”고 짚었다.

현대차증권 역시 AI 투자 사이클 종료 가능성보다는 기대치 조정에 무게를 뒀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투자 증가율 둔화 우려와 반도체 차익 실현 압력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반도체 중심 대형 성장주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다”면서도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망 구축과 차세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출하 기대가 유지되고 있어 AI 투자 사이클 종료보다 단기 기대치 조정”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증권도 AI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에 주목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관련주들이 주기적으로 의심받는 내용 중 하나가 고객사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AI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들의 매출과 마진율은 우상향 추이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이 같은 실적 뒷받침이 없었다면 AI 투자 사이클은 훨씬 이른 시기에 난관을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안정적인 이익 성장세는 투자 사이클의 연장 가능성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8일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임은재 기자.
8일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임은재 기자.
“조정은 기회” vs “V자 반등 장담 못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급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영건 연구원은 “AI 수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탑재량 조절 이슈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면서 “빅테크부터 칩메이커까지 장기공급계약으로 연동된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노이즈와 주가 조정은 비중 확대 기회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목표주가 55만원), SK하이닉스(목표주가 380만원)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이날 SK증권도 최근 주가 조정이 오히려 매수 기회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61만원, 400만원으로 유지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시대 메모리의 구조적 병목과 위상 제고,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강세는 단기에 변하는 가치가 아니다”며 “조정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황 CEO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AI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것은 절대적인 사실”이라며 “과거 인터넷이 전 세계 인프라로 자리 잡았듯 AI 역시 글로벌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기뻐해야 한다. 지금은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낙관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같은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형모 DS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을 도화선으로 시장이 AI 수익화의 숫자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며 “지난 5일 미국 증시 내 반도체주 하락은 과거처럼 전쟁이나 유가 같은 단일 변수 충격이 아니라 연준과 고용지표, 브로드컴·엔비디아·xAI 등 펀더멘털 요인이 동시에 작동한 복합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에 장밋빛 미래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밸류에이션이 부담으로 작동하는 구간에 들어섰다”며 “이전과 같은 V자형 반등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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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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