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이 열린 가운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상장 첫날 거래대금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가 우위를 점했다. 반면 개인 순매수에서는 미래에셋의 TIGER가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특히 개인 순매수 상위 1·2위를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차지하면서,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수요가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에 더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상장한 ‘KODEX SK하이닉스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4조3922억원을 기록했다. ‘TIGER SK하이닉스 레버리지’는 2조709억원 규모가 거래됐다. 같은 날 ‘KODEX 삼성전자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약 1조9494억원, ‘TIGER 삼성전자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1조168억원 규모였다. 초단타 자금의 핵심 지표인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KODEX가 초반 우위를 점한 셈이다.
거래대금은 ‘KODEX’·개인 자금은 ‘TIGER’ 존재감
호가 안정성과 체결 속도를 중시하는 단타 매매 자금이 KODEX로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레버리지는 장기 투자보다 짧은 구간 매매 비중이 높은 만큼, 풍부한 유동성과 촘촘한 스프레드 경쟁력이 실제 투자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실제 매수 강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날 기준 코스피·코스닥 합산 개인 순매수 1위는 ‘TIGER SK하이닉스 레버리지’로 6909억원가량의 매수세가 쏠렸다. 이어 ‘KODEX SK하이닉스 레버리지’가 약 667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상품군 역시 ‘KODEX 삼성전자 레버리지’가 3155억원, ‘TIGER 삼성전자 레버리지’가 2784억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하며 격차를 좁혔다.
운용업계에선 초단타 자금은 KODEX로 몰린 반면, 방향성 베팅 성격의 개인 자금은 TIGER에도 상당 규모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감에 높은 변동성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에 더 공격적으로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구조상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졌다면 SK하이닉스는 순수 반도체 기업으로서 변동성이 더 큰 만큼 레버리지 효과도 강하게 나타난다”며 “최근 HBM 주도권과 맞물린 반도체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공격적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vs 초저보수’…자금 성격 따라 선택 갈려
양사는 동일하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내놨다. 겉으로는 같은 상품처럼 보이지만, 전략 차이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은 ‘레버리지 절대 강자’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국내 최초 레버리지 ETF인 ‘KODEX 레버리지’를 출시한 이후 약 16년간 시장을 주도해온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이다. 현재 국내 대표지수 레버리지·인버스 ETF 시장 점유율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나타나는 압도적인 거래량과 호가 공급 능력이 이번 단일종목 격전지에서도 단타 자금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초저보수’와 업계 최초 ‘현금 설정·환매(Cash In/Out)’ 카드로 맞불을 놨다.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총보수는 연 0.0901% 수준으로 KODEX(연 0.29%)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은 최근 ETF 시장에서 공격적인 보수 인하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테마형·반도체 ETF 시장에서는 수익률도 돋보인다. 실제 올해 국내 주식형 ETF 수익률 상위권에는 TIGER 반도체 계열 상품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특히 현금 설정 구조를 도입해 LP(시장조성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호가 스프레드와 괴리율을 축소, 일간 리밸런싱 부담까지 현저히 낮췄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일수록 이러한 보수 차이와 비용 효율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본다.
운용 방식과 강점에서도 결이 갈린다. KODEX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조성(LP)과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TIGER는 글로벌 ETF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현물·선물 비중 조절과 차익거래 활용에 더 적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 매니저 보다 ‘시스템’ 총력전
운용업계에선 이번 경쟁을 단순한 브랜드 싸움이 아닌 ‘시스템 경쟁’으로 평가한다. 일반 액티브 상품과 달리 레버리지 상품은 스타 매니저의 직관보다 △리밸런싱 시스템 △파생 운용 역량 △LP 네트워크 △위험관리 등의 인프라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장 마감 이후 파생 포지션 조정 능력에 따라 괴리율과 추적오차가 좌우되므로 운용사의 시스템 역량이 곧 상품성이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상품 모두 본질적으로는 ‘초고위험 단기 투자 상품’이라는 점을 투자자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일 수익률 기준으로만 배수가 움직이기 때문에 주가가 횡보하며 변동성이 커질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별도의 사전 의무 교육(2시간) 이수와 기본예탁금 1000만원 요건 등의 안전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상품명에도 ‘ETF’란 명칭 대신 ‘단일 종목 레버리지’ 등 상품 특성이 명시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