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계 제약·바이오 기업 진단사업부에서 20년, 벤처·상장사에서 7~8년 영업을 하던 노 대표는 당시 유행하던 코로나19 키트를 비롯한 진단 제품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무렵 국내에서 마약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노 대표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마약 검사법으로 향했다. 전 세계 마약 검사의 80~90%가 소변 검사라는 자료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마약 검사법 표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정희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칼럼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변 검사는 대사 물질을 이용한 정성 검사라 위양성률도 높고 샘플 바꿔치기 등 문제가 많다는 기사를 봤어요. 의문이 들었습니다. 소변 검사가 아닌 정량화된 마약 검사법이 왜 아직 없을까 싶었죠.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분명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약 검사 기술을 찾아 4~5개월 동안 국가기관 특허 자료를 뒤졌다. 관련 연구는 있었다. 시장에 나오지 못했을 뿐이었다. 고민 끝에 2022년 10월 디엑스젠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국가기관 두 군데서 마약 검사 관련된 기술을 가져와 제품화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블루탭이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마약 청정국이라고 하지만 한국도 몰래 마약에 대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마약 피해 예방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느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꽁꽁 숨은 마약, 규제 공백의 벽
창업 직후 가장 먼저 맞닥뜨린 벽은 정보였다. 마약은 꽁꽁 숨어 있었다. 이제 막 시작한 벤처기업이 마약 관련 시장 현황이나 마약 피해 사례 같은 자료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젊은 세대의 마약 피해가 클 거란 생각에 서울대에 접촉해 학생들과 함께 자료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키트 개발을 위한 마약 샘플을 어떻게 구할지 막막해 하던 시기도 있었다.
“초기엔 마약 샘플을 구하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마약 샘플이 없으면 임상 시험을 못하니까요. 다행히 지금은 국가 병원에서 수급할 수 있게 돼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원재료 수급도 난관이었는데, 지금은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할 수 있게 돼서 수월해졌습니다.”
노 대표는 디엑스젠코리아를 설립한 이후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개발 벤처사 창업자 대부분이 기술 특허를 가진 교수나 개발자 출신이란 점이었다. 노 대표처럼 오랜 기간 영업에 전념한 창업자는 흔치 않았다. “전 영업 전문이라 초기엔 기술에 대한 베이스가 낮아서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연구소장님과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
규제의 공백은 현실적인 장애물이다. 블루탭 같은 진단 제품은 식약처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공식 의료 도구로 활용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블루탭처럼 음료로 마약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 키트에 대한 식약처의 품목 분류나 코드가 존재하지 않아 인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아직 식약처에 블루탭 같은 제품 관련 규정이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제품 인증도 받았지만, 식약처 인허가를 받지 못해 현재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는 상황이에요. 저희가 마약 진단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있어 그런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블루탭은 디엑스젠코리아가 내놓은 첫 제품이다. 기술 이전 방식으로 국가기관에서 가져와 구현했다. 처음 기술을 가져왔을 때도 지금처럼 스티커 형태의 동그란 모양이었다. 시장 니즈에 맞는 다른 형태로 바꿀까 싶어 스무 차례 넘게 미팅을 거쳤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심플한 모양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블루탭 박스를 열면 스티커형 검사 키트 2장이 들어 있어요. 작고 동그란 모양이라 휴대전화이나 지갑 같은 소지품에 붙여서 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의심되는 술이나 음료를 살짝 찍어 스티커에 묻히면 돼요. 20초 안에 색깔이 변하면 4종 마약(GHB·케타민·필로폰·엑스터시) 중 하나가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돼요.”
주의할 점도 있다. 블루탭은 전기 방사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노 대표가 블루탭 개봉 후 되도록 빠른 사용을 권하는 이유다. 소지품에 붙인 채 열흘이나 지난 후 검사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표적인 4종의 마약 외에 수백 종에 달하는 신종·합성 마약은 검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향후 피해가 큰 신종 마약이 등장하면 추가할 계획이다.
‘표준화된 마약 검사 플랫폼’이란 꿈
노 대표는 블루탭 다음 제품을 바쁘게 준비 중이다. 타액으로 마약 6종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가 대표적이다. 음주 단속 현장에서 약물운전이 의심될 때 소변 검사 대신 타액으로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이다. 올해 안에 식약처 인허가 획득 후 출시하는 게 목표다.
혈액을 이용해서 마약 중독 여부를 정량 검사하는 기술도 순조롭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마약에 얼마나 심하게 중독됐는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초 식약처 인허가 획득 후 제품화되면 중독 재활 치료 중인 환자의 예후 검사로도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표준화된 마약 검사 플랫폼을 만드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디엑스젠코리아가 우리 사회의 마약 확산을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 대표는 지난해 서초구청 페스티벌에서 블루탭 부스를 차렸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티커로 된 마약 진단 키트를 처음 보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상보다 현장 판매가 더 활발히 이뤄졌다. 구매자들의 온라인 후기를 보면 자부심이 생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건 분명 힘든 일입니다. 저희도 벤처업계에서 가장 힘들다는 3년이란 고비를 넘고 있는데,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고 사회에서 호응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디엑스젠코리아가 마약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좋은 일을 참 많이 하는 회사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THE OVEN은 보도를 넘어, 실제 사회 변화를 만들기 위해 쿠키뉴스와 브랜드가 함께하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입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마약 검출 키트를 개발한 디엑스젠코리아와 함께 ‘청년 마약 노출 예방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관련 기사와 현장 기록은 THE OVEN 시리즈를 통해 이어집니다.]
※ 블루탭은 예방 목적의 ‘확인 보조 도구’로서, 의료적 진단·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의심 상황 발생 시에는 즉시 신고하고, 의료기관 또는 관련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쿠키뉴스 사회 공헌 프로젝트 THE OVEN과 함께하는 강남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다르크 등 전문기관의 핫라인을 통해 상담·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