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르포] ‘왕과 사는 남자’ 타고 번진 ‘단종앓이’…영월 단종문화제 첫날부터 ‘북적’

[르포] ‘왕과 사는 남자’ 타고 번진 ‘단종앓이’…영월 단종문화제 첫날부터 ‘북적’

청령포 유배부터 둔치까지…서사 따라 이어진 축제 동선
장항준 토크콘서트 ‘최대 밀집’…영화→현장 유입 확인

승인 2026-04-24 17: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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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원 영월 청령포에서 열린 단종문화제 유배행사에서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유배지로 향하는 장면이 재현되는 가운데 관람객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영월군)
오전 11시, 나룻배가 강을 가르며 청령포로 들어섰다.

24일 영월 청령포. 단종이 유배지로 향하는 장면을 재현한 ‘유배행사’가 열리며 단종문화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배 위에 선 단종은 말없이 강 건너를 바라보고 있었고, 봄 햇빛이 내려쬐는 가운데서도 관람객들은 숨을 죽인 채 지켜봤다. 현장에는 셔터 소리만 간간이 울릴 뿐,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왕의 귀환, 희망의 서막’을 주제로 열린 제59회 단종문화제는 비극적 서사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배에서 시작해 다시 ‘왕’으로 복권되는 흐름까지 축제 전반에 녹여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이후 단종과 영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이른바 ‘단종앓이’로 불리는 관람객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장 곳곳에서는 “영화 보고 왔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수원에서 온 김강원 씨(34)는 “여러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지만 영화에서 청령포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며 “그 장면을 직접 보고 싶어 휴가까지 내고 영월을 찾았다. 실제 현장은 화면보다 훨씬 더 몰입감이 크다”고 말했다.

청령포에서 둔치까지…‘서사 따라 이어지는 축제 동선’

청령포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동강둔치로 이어지고 있다.

잔디광장과 주무대 일대에서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으며, 장릉 일원에서는 백일장과 사생대회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동강둔치에서는 ‘단종의 미식제’를 비롯해 먹거리 부스와 체험 프로그램, 플리마켓 등이 함께 운영되며 축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단종문화제 대표 프로그램인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열리며 현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24일 강원 영월 동강둔치 주무대에서 열린 단종문화제 정순왕후 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총 15명의 참가자가 출전한 이번 대회는 단순한 미인 선발이 아닌, 정순왕후의 삶과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자기소개와 장기, 스토리 발표 등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며 눈길을 끌었다.

무대를 지켜보던 황정숙 씨(65)는 “단순한 선발대회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자연스럽게 단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공연만 보고 이동하기보다 먹거리와 체험, 휴식을 함께 즐기며 머무는 모습이다.

강릉에서 가족과 함께 찾았다는 이채영 씨(35)는 “아이들이 체험할 게 많아서 예상보다 오래 머물고 있다”며 “단순히 보는 행사보다 참여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공간별로 분산 배치되면서 축제 동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관람형 행사’에서 ‘체류형 축제’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장항준 토크콘서트 ‘정점’…영화에서 현장으로 이어진 관심

이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영월문화예술회관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토크콘서트가 열리면서 이른 시간부터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 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4분에는 이미 관람객이 줄을 서 있었고, 오후 2시 입장권 배부 시점에는 500명 이상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장을 찾은 일부 관람객들은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24일 강원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단종문화제 특별 프로그램 ‘장항준 감독 토크콘서트’에서 관람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채 강연을 듣고 있다.

행사가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고, 관람객들은 휴대전화로 장면을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원주에서 온 홍예은 씨(31)는 “장 감독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준비해 왔다”며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개막식과 다른 행사까지 보고 영월을 즐기다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로 형성된 관심이 실제 축제 방문으로 이어지고, 다시 체험과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이 현장에서 확인되는 모습이다.

이날 저녁에는 개막식과 공연, 드론쇼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유배→가례→국장’…축제 서사, 주말까지 이어진다

첫날이 단종의 유배를 중심으로 축제의 서막을 여는 단계라면, 이후 일정은 그의 삶 전체를 따라 확장된다.

이튿날에는 장릉에서 단종제례가 열리고, 왕실 혼례를 재현하는 가례 행사와 단종국장 행렬이 이어질 예정이다.

비운의 왕 단종 국장 야간 행렬. 쿠키뉴스DB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국장 행렬은 단종에게 뒤늦게 왕의 예를 올리는 상징적인 행사로,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동강둔치에서는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문화행사가 계속되며 관람객 참여형 축제로 확장될 전망이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이 펼쳐지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박지환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관람객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영월군 관계자는 “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로 높아진 관심을 실제 역사 체험으로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단종의 삶과 영월의 가치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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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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