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물류 차질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갈등의 출발점과 확산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파업을 넘어 교섭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누적되며 물류 차질, 생산 중단,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유통업계 전반의 공급망 리스크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월 19일~3월 30일, 교섭 요구로 갈등 표면화
이번 사태는 교섭 주체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화물연대는 1월 19일부터 3월 30일까지 BGF리테일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발송하며 협상을 요구했다. 화물연대는 편의점 물류기사의 운임과 물량 배정 등이 사실상 원청 운영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이 BGF리테일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물류·플랫폼 업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원청 책임 강화’ 요구와 맞닿아 있다. 하청·재하청 구조 속에서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기업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BGF리테일은 물류 자회사(BGF로지스)와 운송사, 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를 근거로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계약 당사자가 아닌 만큼 법적·제도적으로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4월 5일, 파업 수순 진입·물류 차질 시작
갈등은 4월 5일을 전후해 일부 지회가 파업 수순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충돌 국면으로 전환됐다. 화물연대 일부 지회는 배송 업무를 중단하고 주요 물류 거점 출입 통제 움직임에 나섰다. 화성·안성·나주·진주 등 주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차량 입·출차가 제한되면서 물류 흐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상품 입고 지연이 나타나는 수준이었지만, 편의점 산업 특성상 하루 단위로 물류가 순환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작은 차질도 빠르게 누적되는 양상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편의점이 ‘초단기 재고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매대 공백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 시점부터 이미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7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
갈등은 4월 7일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파업 국면에 들어섰다. 화물연대 CU지회는 경기 용인 남사물류센터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단순한 부분 파업이 아닌 전면적인 배송 중단을 의미하는 조치로, 물류 차질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 시점부터 일부 점포에서는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 입고가 지연되기 시작했다. 간편식은 편의점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상품군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점포 매출과 직결된다. 특히 신선식품 특성상 대체 공급이 어렵다는 점에서, 파업 초기부터 점포 운영 부담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16일, 점주 피해 공식화
물류 차질이 이어지면서 현장 피해도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CU 가맹점주연합회는 4월 1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출 감소와 고객 이탈 등 점포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점포에서는 주요 상품이 입고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 확산됐다.
4월 17일, 생산 차질로 확산
사태는 물류를 넘어 생산 단계로까지 확대됐다. 화물연대는 4월 17일 진천 허브센터 일대 출입을 통제했다. 해당 시설은 간편식 생산을 담당하는 BGF푸드 공장과 물류 기능이 결합된 핵심 거점으로, 이곳이 막히면서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 18개 품목의 발주에 차질이 발생했고, 당일 입고 예정 상품 역시 배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편의점 간편식은 당일 생산·당일 판매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생산 차질은 곧바로 매대 공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부 점포에서는 간편식 진열대가 비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소비자 체감도를 급격히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4월 17~19일, 수도권까지 영향 확대
물류 차질은 수도권으로까지 확산됐다. 초기에는 지방 점포 중심으로 나타났던 배송 지연이 수도권으로 번지면서 간편식 입고 차질이 확대됐고, 일부 매장에서는 라면·음료·주류 등 일반 상품에서도 결품 사례가 나타났다. 특히 파업이 특정 물류센터에 국한되지 않고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지역별로 공급이 일시적으로 정상화됐다가 다시 막히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점포별 물류 상황이 불규칙하게 변동하는 등 혼선이 커졌다.
4월 20일 오전 10시 32분, 사망 사고 발생
갈등은 결국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졌다. 4월 20일 오전 10시 32분쯤 경남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대체 차량 출차를 막는 과정에서 2.5톤(t) 탑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조합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차량 출차를 둘러싼 충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4월 20일 오후 1시 33분, 2차 충돌 발생
사고 이후에도 긴장 상황은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1시 33분쯤 화물연대 측 차량이 경찰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 정문으로 돌진하는 2차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부상을 입었으며, 경찰은 차량을 운전한 조합원 2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4월 22일, 첫 교섭 상견례 진행, 해법 모색 국면
사망 사고 이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양측은 4월 22일 처음으로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이날 오전 진주노동지청에서 교섭 상견례를 진행한 데 이어, 오후에는 대전에서 추가 실무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BGF리테일 측은 “이번 만남이 향후 대화를 위한 상견례 성격으로 정식 교섭은 아니”라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처우 개선과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한편, 최근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책임 있는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첫 교섭이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