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독립성만 위한 게 아니었다…사외이사 의장 느는 이유는 [30대 그룹 이사회 대해부③]

독립성만 위한 게 아니었다…사외이사 의장 느는 이유는 [30대 그룹 이사회 대해부③]

승인 2026-04-08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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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택한 기업들은 이같은 이유를 들었다. 다만 기업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지배구조 개선 차원을 넘어 투자자 신뢰 제고, 쇄신 강화 등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쿠키뉴스가 국내 주요 30대 그룹의 대표 기업 이사회 구성을 전수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운영 중인 곳은 12곳(40.0%)이다. 삼성전자와 SK, LG, 포스코홀딩스, 농협금융지주, KT, 한진칼, 카카오, 미래에셋, S-OIL, 금호석유화학, 영풍 등이다. 사외이사 의장 체제가 업계 표준인 농협금융지주와 미래에셋을 제외하면 사실상 10곳(33.3%)이다.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 의장 체제의 물꼬를 튼 것은 ‘민영화’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하며 지배구조 대수술에 돌입했다.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의장을 선출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이사회 독립 모델을 정착시켰다. 

포스코도 비슷하다. 지난 2006년 민영화 이후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제도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했다. CEO는 경영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독립적 감시와 의사결정을 맡도록 한 것이다.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힌 기업의 경우, 해외 기관 투자자의 신뢰 제고 등을 위해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택하기도 했다.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는 구조는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오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상징적 문제로 지목돼왔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CEO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지배구조가 보편적이다. 

SK와 삼성전자는 각각 지난 2019년과 2020년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수립했다. SK는 최태원 SK 회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사외이사 의장으로 선임했다. 10대 그룹 지주사 가운데 첫 사외이사 의장이다. 현재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가 사외이사로서 SK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한조 전 한국외환은행장 등 재무·금융전문가를 사외이사 의장으로 택했다. 현재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삼성전자의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논란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다. 한진그룹의 한진칼과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영풍 등이다. 한진칼은 지난 2020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3자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당시 총수 일가 중심 의사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현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이른바 ‘조카의 난’이다. 카카오는 경영진 사법리스크와 문어발 계열사 논란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영풍은 고려아연 관련 경영권 분쟁을 겪는 중이다. 이들 기업은 쇄신책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택했다.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섰다. 

LG는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개별 기업 선택’이 아닌 ‘그룹 표준’으로 끌어올린 첫 사례다. 지난달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의장직을 내려놨다. 사외이사인 박종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LG그룹 의장으로 선임됐다. 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LG CNS, HS애드 등 11개 상장사가 모두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을 완료했다. 

다만 여전히 한계도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사외이사 의장 체제는 투명성과 독립성 부문에서 진일보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이사회에서는 ‘오너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 재선임을 고민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독자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향후 사외이사 의장 체제가 확산되면 투명성과 독립성이 강화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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