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업계가 단순 인력 감축을 넘어선 전략 재편 단계에 진입했다. 주요 게임사들이 사업 구조와 개발 프로젝트를 전면 재정비하며 과거 ‘문어발식 확장’에서 벗어나 ‘선별과 집중’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불황 대응이 아닌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인력·조직·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점검하며 수익성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처럼 신작을 출시하고 자회사를 늘려 외형을 키우던 전략에서 벗어나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와 핵심 지식재산권(IP)에 자원을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카카오의 결정이다. 카카오는 게임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 경영권을 일본 라인야후 측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법인이 구주 매입과 유상증자, 전환사채 인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약 30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구조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내려선다.
이번 결정은 그룹 차원의 자원 재배치 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적자 전환과 신작 공백을 겪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를 바라보는 모기업 카카오의 시선이 변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게임 사업을 더 이상 핵심 성장축으로 고집하기보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게임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냉정한 선택을 내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른 게임사들도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넥슨은 구조조정보다 ‘선별 투자’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넥슨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캐피털마켓브리핑(CMB)을 통해 전사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명확하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인 넥슨조차도 ‘다작이 곧 흥행’으로 이어지던 과거의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정한 대목이다.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은 “성공 가능성이 검증된 프로젝트에만 자원을 집중하겠다”며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예고했다.

엔씨는 보다 직접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개발 조직을 스튜디오 단위로 분사하고 희망퇴직을 병행하며 조직 규모를 축소했다. 일부 신작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등 고정비 절감에 초점을 맞춘 조치다. 신작 흥행 지연과 비용 증가가 맞물린 상황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조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 역시 외형 확장보다는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핵심 IP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흐름이다.
중견 게임사들도 ‘리빌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메이드는 위메이드맥스를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헸다. 특히 차기작 ‘미르5’는 개발 방향성을 원점에서 점검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보완이 아닌 프로젝트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는 수준의 재정비로 보고 있다.
또한 위메이드는 매드엔진 등 핵심 스튜디오 중심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각 조직에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전략 프로젝트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개발 효율을 높이고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구조 재편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산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포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 인건비 상승 및 마케팅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비용 구조가 빠르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거에는 신작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실패가 수천억원 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사업 확장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기업들은 다시 본업 중심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로젝트 수를 늘리는 시대에서 살아남을 게임을 선별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게임사는 신작을 많이 출시해 흥행을 노리는 전략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포기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핵심 IP와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