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환율 1500원대 지속…은행권 건전성 관리 ‘비상’

환율 1500원대 지속…은행권 건전성 관리 ‘비상’

승인 2026-03-31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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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중동발 불안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1500원대를 이어가자 은행권이 자본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환율 장기화가 자본비율 하락과 차주 상환능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8원 오른 151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야간 거래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져 1521.1원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1520원대 돌파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5원 오른 1513.4원으로 장을 시작해 장중 상승폭을 키웠다. 주간 거래 기준으로 지난 26일(1507원)부터 3거래일째 15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국의 이란 지상군 투입 준비와 친이란 세력인 예맨의 후티 반군 참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치며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된 점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가 글로벌 외환시장 흐름에 가장 큰 변수지만 미국-이란간 협상이 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달러화 강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 역시 달러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은 환율 흐름에 민감하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된다. RWA란 은행이 빌려줬거나 투자한 돈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이에 따라 RWA를 분모로 두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떨어진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CET1 비율이 0.02%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RWA 확대로 인한 CET1 관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을 받는 업종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유가 상승으로 민감도가 높아진 석유화학, 항공 업종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 장기화는 기업 수익성과 직결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너지 품목을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기업은 마진율 하락에 직면하게 된다. 해외 차입 비중이 높은 중견기업과 수출입기업 역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연체 위험이 높아진다.

이 가운데 최근 은행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주문에 발맞춰 기업대출 취급을 늘린 상황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54조3288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9759억원 늘었다. 

최근 대출 연체율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위주로 악화하고 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말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9%로 0.10%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중소법인 연체율은 0.89%,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71%로 각각 상승했다. 가계와 기업을 합친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0.56%)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 말이면 기업들이 지난해 재무제표를 발표하면서 기업 신용평가 시즌이 본격화한다”며 “최근 고환율로 인해 신용등급이 높아지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에는 일부 상환을 종용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적으로는 은행권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시각이 나온다 .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는 고환율 고유가는 물론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국내 매크로는 물론 차주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과거 고유가 환경과 달리 실제 원유 관련 수급 차질이 발생할 우려까지도 제기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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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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