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보기 전에도 한국 문화나 역사에 관심이 있었는데, 박물관에 와서 직접 보니 기대 이상이네요.”
세계 3위 관람객 규모를 기록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익 구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무료 관람 체계 속에서 운영 부담이 커지면서 유료화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단순한 입장료 부과를 넘어 관람 방식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기자가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은 평일 낮임에도 내·외국인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주요 전시실과 중앙홀 곳곳에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공간 전반에 활기가 감돌았다. 한류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실제 관람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분위기다.
관람 수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은 2023년 약 17만 명에서 2024년 약 19만8000명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약 23만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전체 관람객 대비 외국인 비중은 3~4% 수준에 머물러 여전히 내국인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는 공공시설 이용료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박물관·고궁 등 국립시설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대비 낮거나 장기간 유지된 공공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유료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부터 상설 전시를 무료로 운영 중이다.
재정 구조 역시 유료화 논의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상품 판매를 중심으로 수익이 늘고 있지만, 전시·연구·유물 보존 등 필수 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운영 전반에서는 적자가 반복되는 구조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2025년 ‘뮷즈’ 연 매출은 4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37억원에서 2021년 65억원, 2022년 116억원, 2023년 149억원, 2024년 212억원으로 매년 증가해온 데 이어, 2025년에는 K-콘텐츠 확산 영향으로 성장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애니메이션 공개 이후 월 매출이 40억~50억원대로 확대되며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문화상품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러한 부대 수익만으로는 무료 관람 체계에서 발생하는 비용 구조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굿즈 흥행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는 있지만, 무료 관람 체계와 맞물린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료화 가능성을 두고 관람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내국인 관람객 양모(29·여)씨는 “일부 전시실에 한해서 요금을 받는 방식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자주 찾던 공간인데 쉼터처럼 편하게 들르던 느낌이 사라질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관람객들은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에서 온 루이즈(42)씨는 “루브르 등 해외 주요 박물관도 대부분 유료인 만큼 큰 거부감은 없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은 볼거리가 많고 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사진 촬영 제한도 없어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차근차근 둘러보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방문한 제인(39·여)씨도 유료화로 더 다양한 작품과 전시를 볼 수 있다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요금이 부과된다고 해서 방문을 꺼리지는 않을 것 같고,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시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유료화 논의 자체는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면서도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국내 문화관광 전문가는 “양적인 방문객 수 확대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공공 문화 인프라로서 접근성이 매우 높은 편인 만큼 일정 수준의 유료화 논의 자체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외국인 비율, 재방문 여부, 관람객 구성 등 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단순 방문객 수가 아니라 이용자 구조 전반을 고려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현재 유료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