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입법 분석 플랫폼 ‘잠자는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본회의 전 기준 22대 국회 전체 법안 발의 건수는 1만748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의원 발의가 1만633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상임위원장 발의 680건, 정부 발의 469건이었다.
반면 처리된 법안은 4427건으로 전체의 25.3% 수준에 그쳤다. 미처리 법안은 1만3058건에 달한다. 발의 건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원 발의 법안의 처리율은 22.5%로 평균보다 낮았다.
오히려 정부 발의 법안의 처리율은 469건 중 182건(38.1%)으로, 의원 발의보다 15.3%포인트(p) 높았다. 여야 합의에 따른 위원장 발의 법안은 680건 중 577건이 처리돼 84.9%의 높은 처리율을 보였다. 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일반 의원 발의와 달리, 위원장 발의 법안은 상임위원회 차원의 조율을 거쳐 제출되는 만큼 처리 속도가 빠르며 주로 긴급 현안이나 통합된 의견을 반영할 때 활용된다.
법안 처리 유형별로 보면 ‘대안반영폐기’가 가장 많았다. 전체의 67.2%(2975건)를 차지했다. 이는 여러 유사 법안을 심사해 하나의 ‘위원회 대안’으로 통합하고, 개별 의원 발의 법안은 형식상 폐기하는 방식이다.
반면 원안가결과 수정가결은 각각 730건과 383건으로, 합계 1113건(25.2%)에 불과했다.
법안 처리율이 낮은 배경으로는 여야의 강경 대치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가 입법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각종 개혁 입법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본회의에 다수 안건을 한 번에 상정하기 어려웠던 점이 처리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법안 처리율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 ‘발의 남용’을 지적한다. 실제로 법안 발의 남용은 국회에서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로 꼽힌다. 앞서 21대 국회 역시 전반기 처리율이 25.3% 수준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전체 발의 법안 2만5858건 중 63.3%인 1만6379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대안반영폐기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하나의 사안에 대한 파장이 크면 유사한 법안이 10~20건씩 발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법안이 하나로 묶여 통과되지만 세부적인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직접 연구하고 전문가와 논의해 법안을 발의하기보다는 이해관계자의 요청에 따라 발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작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통과를 추진하는 모습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 활동 평가가 수치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대량 발의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도 있다”며 “시민들의 보다 정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안 발의가 과도해지면서 국회 사무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서에 의존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 발의 방식 자체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더라도 의원 개인이 입법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법안 통과율과 같은 의안 통계는 국민이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의만 하고 통과되지 못하면 결국 폐기된다”며 “전체 통과율이 20%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발의 건수만을 강조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