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김범석 총수’ 법정 다툼 속…쿠팡 향한 공정위 칼끝 넓어졌다

쿠팡,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에 행정소송…공정위, 지정자료 허위제출 조사
급성장 플랫폼 규제 놓고 공정위·기업 간 인식차 부각…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려
초기 갑질‧불공정행위 중심에서 지배구조‧거래집중도까지 공정위 관점 확대

‘김범석 총수’ 법정 다툼 속…쿠팡 향한 공정위 칼끝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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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정보표(KuKi Literacy)

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약 4분4분
취재방법 법·제도 분석, 전문가 인터뷰
주제 쿠팡을 둘러싼 공정위 규제가 개별 제재에서 지배구조와 시장 영향력 검토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법원 판단과 공정위 조사는 별개로 진행돼 결과와 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동일인 지정 다툼과 허위 제출 조사, 거래집중도 조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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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 지정 문제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동일인 지정 취소소송과 지정자료 허위 제출 조사까지 이어지면서 양측의 충돌은 공시 분쟁을 넘어 쿠팡의 지배구조와 시장 영향력을 둘러싼 대립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납품업체 갑질 논란부터 시작돼 동일인 지정, 거래집중도 조사에 이르기까지 공정위의 관심은 개별 불공정행위에서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과 시장 구조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올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 동일인으로 지정했지만, 쿠팡은 아직 김 의장을 기준으로 한 동일인 공시를 하지 않았다.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에 따른 조치다.

쿠팡은 공정위를 상대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14일 공정위 처분의 효력을 직권으로 정지했다.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에 따르면 처분 등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 법원은 처분등의 효력 정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효력정지 기간은 오는 7월15일까지다.

동일인 지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동일인 지정이 불가피했다고 보는 반면, 쿠팡은 미국 상장사 체제와 전문경영인 중심의 운영 구조를 내세우며 공정위 판단에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형사 제재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김 의장 친족이 국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김 의장이 총수일가의 경영 불참 서약서를 제출했음에도 올해 조사 과정에서 친동생의 국내 경영 참여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변경과 별도로 지정자료 허위 제출 여부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절차가 진행되면서 공정위의 쿠팡 지정자료 허위 제출 여부 조사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 관계자는 “지정자료 허위 제출 조사 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해당 조사는 쿠팡이 제기한 동일인 지정 취소소송 및 효력정지 절차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정자료 허위 제출 여부는 제출 자료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고, 법원은 현재 동일인 지정 처분의 적법성 등을 판단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정위 조사는 법원 판단과 관계없이 진행될 예정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거래관행에서 시장 영향력까지…넓어지는 공정위 시선

쿠팡과 공정위의 갈등은 단순히 개별 제재가 반복된 결과라기보다는 쿠팡의 급속 성장과 함께 공정위의 규제 초점이 변화해온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쿠팡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가격 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마진 손실을 전가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제재는 쿠팡의 시장 영향력 자체보다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개별 불공정행위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공정위는 “온라인 유통업자도 백화점, 마트와 마찬가지로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초기 제재는 전통적인 유통 규제의 연장선에 가까웠다. 그러나 로켓배송과 와우멤버십 등을 앞세워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공정위의 관심도 개별 거래행위에서 알고리즘, 지배구조, 시장 영향력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2024년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자체브랜드) 및 직매입 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임직원 ‘셀프 리뷰’를 작성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방해했다고 판단,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최근에는 와우회원가 광고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하며 멤버십 기반 마케팅 방식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거래집중도 조사 역시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쿠팡·컬리·무신사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과 거래하는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유통·대리점 분야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해 거래집중도와 거래의존도를 파악하기로 했다. 특정 유통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협상력 격차를 키우고 거래구조의 공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 유통대리점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불공정거래행위 사례를 중심으로 조사해왔지만, 유통업계의 갑을관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살펴본 결과 거래의존도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했다”며 “거래구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협상력 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거래집중도와 거래의존도를 데이터와 수치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쿠팡과 공정위의 충돌은 특정 사건에 대한 이견을 넘어, 급성장한 플랫폼 기업을 기존 규제 틀 안에서 어디까지 관리할 것인지를 둘러싼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쿠팡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와의 거래 문제 등 여러 이슈가 불거진 측면이 있었다”며 “과거 다른 유통 대기업들도 급성장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하면서 공정위의 시각도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업계 전반의 거래관행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기업 규모가 커진 만큼 업태와 운영 방식을 넘어서 사회적 영향력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쿠팡은 해외 상장사라는 특성상 기존 국내 대기업들과는 소통 방식이나 규제 대응 방식에서 차이를 보여왔고,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긴장 관계가 더욱 부각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