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가 미국에서 챗GPT에 광고 시범 도입에 나서면서, 이용자와 나눈 ‘대화’ 자체가 새로운 광고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단순 검색 기록이 아니라 개인의 상황과 감정까지 담긴 고밀도 정보라는 점이다. 단순 검색보다 훨씬 깊은 정보가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 지적이 나온다.
‘최후의 수단’ 꺼낸 오픈AI…6주 만에 ARR 1억 달러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오픈AI는 광고를 실제 수익 모델로 꺼내 들었다.
오픈AI는 지난 2월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내 무료 이용자와 월 8달러짜리 저가형 구독 모델 ‘고(Go) 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광고를 도입했다. 어떤 광고를 노출할지는 이용자의 기존 대화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예컨대 멕시칸 요리 레시피를 물어보면 핫소스·토르티야 같은 관련 식료품이나 밀키트 광고가 표시되는 식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지속된 적자가 있다. 챗GPT 월간 이용자 수는 약 9억명에 달하지만 유료 구독자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막대한 중앙처리장치(GPU) 비용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비용을 고려할 때구독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시장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시범 광고 도입 6주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억달러(한화 약 1481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4월 초 글로벌 광고 플랫폼 크리테오를 광고 기술 파트너로 선정하고, 메타 최고광고책임자 출신 데이브 듀건을 영입하는 등 광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고 매출 시나리오는 더 야심차다. 오픈AI는 최근 투자자 대상 프레젠테이션에서 올해 약 25억달러(약 3조7000억원)의 광고 매출을 시작으로 2027년 110억 달러, 2030년에는 1000억달러(약 148조원)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색은 키워드, AI는 맥락”…챗봇 광고, 왜 더 위험한가
문제는 광고 방식이다. 챗GPT 광고의 핵심은 ‘대화 맥락 기반 타깃팅’이다. 기존 검색 광고가 키워드 중심이었다면, 챗봇 광고는 이용자의 대화를 기반으로 △직업 △재정 상태 △건강 고민△인간관계 등 개인의 맥락과 감정,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검색창에 ‘무릎 통증’을 입력하는 것과 AI 챗봇에게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릎이 아파서 요즘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은 정보의 깊이 자체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가 무엇을 사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검색 광고보다도 구매 의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며 “챗봇 광고는 기존 검색 광고의 차세대 버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법 들이대면…“동의 없는 광고 활용, 위법 소지”
이에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박기웅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SNS나 검색보다 훨씬 민감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라며 “데이터가 오·남용될 경우 2차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PIPA)과 정면으로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미국 내 시범 운영 단계지만, 국내 챗GPT 이용자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만큼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PIPA는 개인정보 처리의 기본 원칙으로 수집 목적 명확화, 이용 범위 제한, 사전 동의 등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제15조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시 정보 주체의 명시적 동의를 요구하고, 제18조는 최초 수집 목적 외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문제는 챗GPT 광고가 이용자가 입력한 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추론해 활용한다는 점이다.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선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용자가 상담을 위해 입력한 대화가 광고 타깃팅에 활용될 경우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챗봇 대화에는 건강 상태나 정치적 견해, 성적 지향 등 PIPA 제23조가 보호하는 ‘민감 정보’ 포함될 수 있어 별도 동의 없이 처리하는 것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과거 챗GPT 서비스에 대해 동의 △절차 미흡 △데이터 처리 구조 불명확 등을 문제 삼으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8월 ‘생성형 AI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를 내고 생성형 AI 서비스 전 단계에서 △데이터 처리 목적 △법적 근거 △안전 조치를 명확히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다만 아직 AI 광고 타깃팅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아 국내 도입 시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픈AI “광고주와 데이터 공유 없다”…그래도 논란은 계속
오픈AI는 개인정보 우려에 대해 “대화 내용은 광고주와 공유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샘 올트먼 CEO는 “광고를 통해 유입된 페이지 조회수나 노출 횟수 같은 통계 데이터만 제공된다”며 “신체·정신 건강, 정치 등 민감 분야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경우 광고가 노출되지 않고, 광고가 답변에 영향을 주는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수익 모델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안전과 신뢰가 흔들린다는 인식이 확대되면 사용자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이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 에드 마키는 AI 챗봇 광고 도입과 관련해 “사용자의 감정적 연결을 악용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와 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며 소비자 보호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글로벌 AI 업계에서도 대응은 엇갈렸다. 경쟁사 앤트로픽은 2월4일(현지시간) 슈퍼볼 광고에서 AI 챗봇이 상담 도중 돌연 광고를 끼워 넣는 장면을 연출하며 오픈AI를 직접 겨냥했다.
광고에서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묻는 남성에게 AI는 조언 도중 갑자기 연상 여성을 만나는 데이팅 서비스를 추천한다. 광고 말미에는 “AI에 광고가 찾아온다. 하지만 클로드에는 오지 않는다(Ads are coming to AI. But not to Claude)”는 문구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올트먼 CEO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재밌지만 명백히 기만적”이라며 “우리가 어리석지 않은 이상 그런 방식으로 광고를 운영할 리 없다”고 반박했다.


